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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뜬 간편식 소스…식품도 '깡' 있다

김보경 기자I 2020.07.01 05:30:00

1997년 너무 일찍 나온 간편식 소스, 캠핑족·1~2인가구 늘며 주목
죽 따로 소스 따로…편의성 떨어졌던 죽 파우치 형태로 맛·편의성 다 잡아
배달음식·홈술 늘며 탄산수도 쑥쑥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최근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는 ‘깡’ 열풍. 가수 비가 2017년 12월에 발표했을 당시 혹평을 받았던 노래가 2020년 재조명을 받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놀이문화 ‘밈(Meme)’의 대상이 되면서 수혜를 톡톡히 입고 있다.

비는 ‘깡’에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새우깡’의 모델이 되고, 새우깡도 최근 한 달간(5월24일~6월23일) 전년 대비 30% 성장한 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니 깡 열풍이 대단하다.

식품업계에도 출시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사회 변화에 따라 인기상품으로 등극한 제품들이 있다. 이른바 ‘식품업계 깡’이다.

CJ제일제당 다담 대표제품
◇찌개양념 ‘다담’ 출시 15년 후에야 입소문 타

CJ제일제당의 냉장 전용 찌개양념 브랜드 ‘다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약 510억원의 매출을 올린 다담은 코로나19로 ‘집밥’이 늘면서 올해 5월까지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이 성장했다.

다담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다담은 1997년 12월, 집에서도 누구나 간편하게 국, 찌개 등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스 카테고리(상품군)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출시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시판 소스 제품은 다량의 첨가물로 이뤄졌다는 부정적 인식과 집에서 만든 것보다 맛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 게다가 간편식이라는 개념도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라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다담의 1998년 매출은 10억원대에 머물렀다. 이후 10년이 지난 2008년이 돼서야 100억원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다담은 2012년부터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캠핑족과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간편한 파우치 형태로 만든 다담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 CJ제일제당도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한 결과 2012년 매출 200억원대, 2015년 300억원, 2017년 400억원을 거쳐 지난해 5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햇반죽’ 고배 마신 후 시장 석권한 ‘비비고 죽’

상품 죽 시장에 반란을 일으킨 CJ제일제당 ‘비비고 죽’도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비비고 죽은 2018년 11월 출시했지만, 그 이전인 2003년 출시한 ‘햇반죽’이 단종된 경험이 있었다. 햇반죽은 흰 쌀죽과 레토르트 파우치 죽 소스가 따로 포장돼 소비자가 소스를 흰 쌀죽에 넣어 혼합해 먹는 형태였다. 신선하고 깔끔한 죽 맛으로 맛 품질은 뛰어났으나 소비자 조리 편의성이 떨어져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특히 상품죽 시장은 2002년 죽 전문점 론칭으로 그나마 존재하던 죽 수요가 이탈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상품 죽 시장 규모는 230억~27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소비자가 상품 죽에서 원하는 메뉴나 형태 등에 대한 혁신이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CJ제일제당이 레토르트 사업 자체를 모두 철수하면서 햇반죽도 함께 철수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단종 이후 소비자 편의성 측면에서 분리형이 아닌 일체형 조미죽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결과 그 결과물을 비비고 죽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조사를 통해 일본 시장에서는 상품 죽이 파우치 형태가 대부분이라 용기 죽에만 국한된 국내 관점에서 탈피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도출할 수 있었고, 죽 전문점에서 죽을 포장해 집에서 즐기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도 캐치했다.

그 결과 동그란 용기 죽 일색에서 ‘상온 파우치 죽’ 시장을 창출하며, 1년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000만개를 돌파하고 지난 4월에는 시장점유율 39.4%로 30년간 상품 죽 1위였던 동원(39.1%)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CJ제일제당 비비고 프리미엄 죽 3종
◇탄산수 ‘트레비’ 배달·홈술 트렌드에 인기

국내 탄산수 시장 점유율 60%로 1위인 롯데칠성음료의 ‘트레비’도 몇년 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트레비는 2007년 10월 출시했는데 당시 탄산수에 익숙치 않았던 문화 탓에 2008년 연간 2만1000상자 판매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650만 상자가 판매됐다. 2011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탄산수 시장이 2017년 839억원, 올해는 1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탄산수는 당과 칼로리가 없어 피부미용이나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030세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1~2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등으로 배달음식 주문과 홈술, 홈메이드 음료를 마시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유튜버의 소개로 출시 2년 만에 품귀현상을 보인 과자도 있다. 2017년 9월 출시된 농심 ‘프레첼 솔티카라멜맛’은 2019년 3월 한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한시연)가 ‘1일 4봉하는 최애과자’라고 소개하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때 소비자 사이에서는 ‘편의점에서 구하기 힘든 과자’로 통하며 품귀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농심 프레첼 솔티카라멜맛의 2019년 3월 판매액은 2월 대비 45% 성장했고, 현재까지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칠성 트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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