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기침체 경고

송길호 기자I 2022.08.17 06:15: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채권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0.25%씩 4회 연속 올린 뒤에 다시 0.50%포인트나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7%에 육박하고 회사채(bbb-) 금리는 무려 10%선까지 상승했다. 고금리 행진 속에서 무위험채권인 국고채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예컨대, 국고채(10년물) 금리는 2022년 6월 연 3.85%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8월초 3.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1년 말 현재 1862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가계의 고통지수는 커가는 반면 여유 있게 국고채(장기물)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이미 상당한 수익을 벌써 실현하는 금융불균형 현상이 한국경제에 보내는 시그널은 무엇일까?

먼저, 이 같은 채권시장의 이상 기류는 미래의 경기침체가 의외로 가파르게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는 시장의 신호인지 모른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기준금리를 사정없이 큰 폭으로 올린 반작용으로 어느 시점에 이르면 경기침체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가격지표가 거시경제지표를 충실하게 반영해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균형을 이뤄야만 시장 스스로 충격을 완충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이 이미 2% 아래로 떨어진 저성장기에 접어들어 위험과 불확실성 극복능력이 고도성장기와 달리 크게 약화됐음을 알아야 한다.

다음, 무위험채권 금리는 하락하고 위험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금리양극화 현상은 채권시장에서 위험회피성향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또는 가상화폐시장으로 몰렸던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시장금리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에 채권발행 주체의 위험수용능력에 따라 시장에서 평가하는 위험부담비용(risk premium)이 더해져 정해진다. 시장위험이 커지면 커질수록 무위험채권 금리는 하락하고, 위험채권 금리는 상승하게 마련이다.


그 다음, 고금리정책의 물가안정 기대효과는 의문스러운 가운데 경기위축 효과는 두드러져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각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도 물가불안은 잠재우지 못하고 고금리 정책의 부작용은 커가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의 주 원인이 공급교란이기 때문에 고금리가 소비수요 감소를 이끄는 효과가 얼마나 있을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고임금과 마찬가지로 고금리가 생산원가를 높여 물가불안을 재촉하는 장면이 언뜻언뜻 보인다. 고금리가 어떤 경로로 물가안정에 기여하는지 헤아리기 어려운 국면에서 저소득가계와 (한계)기업의 부담 가중으로 경기하강속도가 빨라지는 조짐이 뚜렷하다.

기준금리 변경에 따라 시장금리가 변해가는 금리경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정책효과가 크다. 예대금리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볼 때 고금리정책의 기대효과보다 부작용이 더욱 더 클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2022년의 공격적 금리인상은 물가안정을 통한 국민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하기보다 부채가 높은 가계와 기업을 쥐어짜내 대출금융기관들만 살찌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최근 금융시장 이상 기류는 기준금리 조정에 앞서 금리경로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미리 예고 강조하면서 “물가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시중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풀렸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다. 물론 정책금리를 필요이상으로 발작시키더라도 시장금리는 중장기엔 시장청산(market clearing)과정을 거쳐 제자리를 찾아가게 마련이다. 문제는 시장왜곡을 바로잡아가는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지는데 욕심을 내고 잘못 대응하다가는 자칫 금융위기 같은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IMF 구제금융’ 같은 재난들은 책임의식 없는 고위관계자들이 시장을 가볍게 여긴데서 비롯된 인재(人災)의 성격도 있음을 재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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