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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검은 마스크 쓴 아프로디테…송인 '비너스의 탄생'

오현주 기자I 2020.11.11 03:30:00

2020년 작
불편한 사회현실, 초상에 드러내온 작가
코로나19 상황 반영해 명작얼굴에 얹어
수정테이프·먹이 만든 독특한 질감 특징

송인 ‘비너스의 탄생’(사진=장은선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 여인, 우리가 안다. 그리스신화에서 아름다움과 사랑을 상징하는 여신 아프로디테, 더 유명한 이름으로는 비너스가 아닌가. 저 비스듬한 자태도 기억에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작품에 저렇게 섰더랬다. 그런데 그 비너스가 이렇게 검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날 줄은 몰랐다. 생기를 잃은 채 단단한 돌로 변해가는 듯하다.

작가 송인이 내놓은 또 한 점의 초상화. 작가는 불편한 사회현실을 누군가의 얼굴에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클로즈업한 얼굴을 칠흑같은 바탕 위에 띄우고 대신 메시지를 전한다.

방식이 독특하다. 수정테이프를 수십번 붙이고 겹치고, 먹으로 덧그림을 얹어 완성하는데 작가의 사람들이 입은 독특한 질감은 그 때문이다. 여기에 일체의 표정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표현도 특징.

‘비너스의 탄생’(2020)은 누구나 알아볼 코로나19 상황을 끌어냈다. 대부분 보통사람을 등장시키지만 이번에는 좀 심각한가 보다. 비너스에 이어 신윤복의 미인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까지 검은 마스크를 씌웠으니.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서 여는 초대전 ‘37.5° 마지노선’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먹·수정테이프·콩테·오일파스텔. 60.6×72.7㎝. 작가 소장. 장은선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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