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주식계좌도 열어봐야 할판"…'3억 연좌제' 유예될까

양희동 기자I 2020.09.29 01:30:00

국회서 '세법 개정안' 11월 확정시 시행령 개정 가능
`대주주 양도세 폐기` 靑 국민 청원 11만명 동참
동학개미, 여론 주도…정치권 변화 움직임 이끌어내

[이데일리 양희동 이명철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현행 한 종목 보유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출 예정인 가운데, ‘동학개미’들은 요건 하향과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까지 합산하는 ‘대주주 특수관계인 범위’(대주주 범위) 등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동학개미들은 ‘현대판 연좌제’라며 이번 추석에 “코로나19 사태에 가족회의라도 소집해 할아버지, 아버지 주식 계좌를 열어봐야 하냐”며 제도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 양도세 폐기’ 청와대 국민 청원이 11만명 넘게 동의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김병욱 의원 등이 나서 관련 시행령 개정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기재부는 “검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론 오는 11월까지 국회에서 세법 개정안이 확정되면 정부가 시행령 개정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대주주 요건 하향이 유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대주주 25억 하향시 ‘조세 저항’…‘직계존비속·배우자’로 완화

28일 기재부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요건은 2013년 이전까지 유가증권(코스피)은 100억원, 코스닥은 50억원이었지만, 그해 7월을 기점으로 코스피 50억원, 코스닥 40억원으로 내려왔다. 이어 2016년부터는 대주주 요건이 코스피는 25억원, 코스닥은 20억원으로 대폭 하향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50억원 수준까지는 별다른 시장 반응이 없었지만 25억원으로 떨어졌던 2016년 대주주 요건 하향 당시엔 거센 조세저항이 일어났다”며 “정부는 이런 여론을 의식해 특수관계인 범위를 최대주주와 같은 6촌 내 혈족 및 4촌 내 인척에서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로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부는 2016년 3월 국무회의를 열어 대주주 범위를 현행과 같은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로 정한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기재부는 그달 31일자로 시행에 들어갔다. 기재부는 당시 시행과 함께 “이번 조치로 세수는 일정부분 감소하겠지만, 대주주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소액주주에게 세금을 물리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며 “불합리한 조세행정을 수정해 납세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개정을 추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요건을 25억원에서 2018년 4월부터 15억원, 2020년 4월 10억원, 2021년 4월 3억원 등으로 매년 대폭 낮추도록 했다. 이로 인해 대주주 요건이 15억원으로 낮춰진 2017년 말부터 금융·증권사로 관련 문의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요건이 하향되는 연말마다 3조~5조원의 개인 순매도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주주 요건이 3억원으로 대폭 하향돼 오는 12월 28일 대주주 확정 시점 이전에 유예가 되지 않을 경우, 10조원 이상의 개인 순매도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주주 요건을 낮춰 양도세를 부과해도 이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팔기 때문에 실제 세수로 이어지지는 않고, 증시 변동성만 커지면서 소액주주들까지 피해를 입어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靑국민청원 11만명 동의…‘동학개미’가 변화 실마리 이끌어

정부가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에 대해 당초 기재부는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시행령을 지금 와서 바꿀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국회에 법안이 제출 이후 대주주 요건 하향과 범위 등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동학개미들을 중심으로 한층 증폭돼 여당 등 정치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회원 1만 6000여명의 개인 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25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기재부의 대주주 요건 3억원 하향 등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지난달 2일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란 청원은 최근 며칠새 동의가 쏟아지며 이날 약 11만 5000명이 참여했다. 이로인해 청원이 마감되는 다음달 2일까지 20만명을 채워 청와대의 답변을 이끌어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과거 대주주 회피 목적의 매도세와는 비교도 안될 10조원 이상의 역대급 개인 순매도가 쏟아져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조속히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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