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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차이나 머니' 다시 기지개…韓 스타트업·캐피털사에 군침

문승관 기자I 2020.05.27 02:30:00

핑안그룹, 효성캐피탈 인수 공들여
레노버그룹 '강남언니'에 185억 투자
물류·이커머스 등 투자 확대 전망
"韓기업과 경쟁 우려…모니터링 확대"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단했던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가 서서히 재개되고 있다. 스타트업부터 금융사까지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국 핑안보험그룹의 자회사인 핑안인터내셔널파이낸셜리싱(핑안인터내셔널·Ping An International Financial Leasing)이 효성캐피탈 인수전에 참여할 전망이다.

◇中핑안그룹, 효성캐피탈 자료 분석 착수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핑안인터내셔널은 효성캐피탈 관련 자료를 요청한 후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핑안인터내셔널은 중국 최대 민영기업이자 2위 보험사 핑안보험그룹의 100% 자회사다.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은 205억위안(약 3조5378억원), 당기순이익 44억위안(약 7721억원)을 기록했다. 보유한 잉여현금(Free Cash) 역시 450억위안(약 7조7738억원)에 달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IB업계 관계자는 “핑안그룹이 그동안 국내 시장 진출을 노려왔는데 첫번째 타깃이 효성캐피탈”이라며 “국내 금융사 인수를 위해서는 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등 진입 장벽이 높은 데 반해 캐피털사는 이러한 진입 장벽이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중반부터 핑안인터내셔널이 효성그룹 측에 캐피탈 인수에 대한 의사 타진을 꾸준히 해왔다”며 “매각작업이 본격화하면 자금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인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효성그룹과 매각주관사인 BDA파트너스는 내달 말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10월까지는 최종인수후보를 선정해 연내 매각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중국의 레노버그룹도 한국 스타트업 투자를 재개했다. 레노보의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가 설립한 레전드캐피탈이 지난달 국내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에 185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했다.

‘강남언니’는 성형수술 후기부터 각종 시술 비용, 의사에 대한 평가까지 성형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레전드캐피탈은 “한 해 38만명 외국인 환자가 몰리는 한국 의료 서비스 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강남언니라는 플랫폼으로 한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벤처캐피털로 꼽히는 레전드캐피탈은 그동안 전 세계 스타트업 400곳 이상에 투자했다. 중국 미용의료 플랫폼 ‘겅메이’, 고급 미용의료 클리닉 운영사 ‘파이스킨’를 비롯해 한국에서는 엘앤피코스메틱(뷰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엔터테인먼트), 베스핀글로벌(클라우드), 루닛(인공지능) 등에 투자하는 등 뷰티와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여왔다.

IB업계에서는 레전드캐피탈이 코로나19 이후 ‘강남언니’가 기존 투자사와의 협업으로 더 많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의료관광 시장이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지만 다시 성장하리라 판단해 레전드캐피탈이 투자를 단행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판 넷플릭스’ 한국팀 선발

이밖에 중국 세콰이어캐피탈은 이달 초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에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자로 참여했다. 중국 디지털 자산 운용사 ‘에프비지캐피탈(FBG Capital)’도 국내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에이프로빗’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에프비지캐피탈은 지금까지 약 80여 개 이상의 유수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해왔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iQIYI)는 최근 한국팀을 선발했다. 한국 영화·드라마·예능의 독점 판권을 구매하고 국내 제작사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에도 대세가 될 수 있는 e커머스, 에듀테크, e스포츠 같은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자본의 투자가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윤섭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연구위원은 “중국의 해외투자가 최근 위축됐지만 앞으로 확대 잠재력은 크다”며 “인수합병(M&A)을 통해 단번에 우리 산업과 기업의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차이나머니의 흐름에 대한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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