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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유망기업]⑩폐암수술 권위자가 창업한 메디튤립 "의사들 불만이 아이디어 원천"

강경훈 기자I 2018.11.22 07:35:00

[바이오 유망기업]메디튤립
폐암 흉강경수술 권위자 직접 설립
"대형 의료기기사 개선의견 무시"
조직검사 가능한 수술용 봉합기 개발
폐암수술 세계 대가들 "같이 연구하자" 요청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에 ‘너희 장비 불편하니 개선 해 달라’고 수차례 말을 했는데도 전혀 안 먹히더군요. 의사로서 의료기기를 환자에 맞게 고치는 게 맞다고 보는데, 업체들이 응해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의료기기 사업에 직접 뛰어든 이유입니다.”

21일 충북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메디튤립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강민웅 대표는 회사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기업가이기 이전에 의사(충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인 그는 흉강경을 이용한 폐암 최소침습 수술 분야에서 국내 권위자 중 한 명이다. 메디튤립은 3년 전 창업했다. 환자를 진료하는 상황에서 불편을 겪었던 의료기기를 스스로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최근 내시경수술용 봉합기(스테이플러)와 항암치료용 매립형 약물 주입기(케모포트) 등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테이플러는 수술 시 조직을 자르고 봉합하는 기기다. 몸을 열고 하는 수술은 의사가 부위를 직접 보면서 실로 꿰맬 수 있다. 하지만 흉강경·복강경 같이 몸 속에 기구를 넣는 수술은 조직을 자르고 꿰매는 게 쉽지 않다. 스테이플러는 사무실에서 쓰는 일명 ‘호치키스’와 비슷하다. 칼날이 지나가면서 조직을 자르면 칼날 양 옆의 스테이플러가 곧바로 심을 박아 절개부위를 봉합한다. 꿰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술시간이 줄고 회복도 빠르다. 강 대표는 “흉강경이나 복강경 등 절개하지 않는 수술에서는 스테이플러 사용이 필수”라며 “하지만 암수술을 하는 의사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지적한 부분은 바로 조직검사다. 암수술을 할 때 암이 남아 있는지 보기 위해 조직검사를 하는데, 원칙은 바로 그 잘라낸 부위의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테이플러를 쓰면 검사할 조직을 얻을 수 없게 된다. 스테이플러를 박는 과정에서 조직이 손상되기 때문. 강 대표는 “그러다 보니 잘라낸 곳에서 1~2㎝ 떨어진 곳에서 조직을 얻을 수 밖에 없어 부정확한 위치에서 조직검사가 이뤄졌다”며 “그래서 방어적으로 필요 이상의 정상조직을 제거하거나 조직검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만든 스테이플러는 몸에서 떼어내는 조직에 스테이플러 심을 한 줄만 박기 때문에 절개부위에서 2㎜ 정도의 조직을 보존할 수 있다. 현재 동물실험을 마친 후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임상시험은 150건 정도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강 대표는 “국내외 유수 흉부외과 의사들이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임상시험에 필요한 케이스(수술건수)는 쉽게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스테이플러를 썼을 때의 봉합부위(오른쪽)와 메디튤립 스테이플러의 봉합부위. 손상되지 않은 조직(빨간 원)이 남아 있어 조직검사가 가능하다.(사진=메디튤립 제공)
스테이플러보다 상용화가 더 빠른 것이 케모포트다. 암환자들이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을 때 필요한 기구다. 항암제는 독성이 강해 정상조직에 닿지 않게 주입해야 한다. 팔에다 직접 바늘을 꽂다가 조금이라도 위치를 잘못 잡을 경우 약이 새어 나와 정상조직을 망가뜨린다. 또 항암제를 자주 맞으면 독성 때문에 혈관이 딱딱하게 굳어 주입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가슴 부위에 약물을 주입할 수 있는 장치를 삽입한다. 이게 케모포트인데 기존 제품은 바늘을 꽂는 부위가 작고 짧은 시간 약을 힘껏 주입하다 보면 압력을 견디지 못해 약물이 새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강 대표는 “케모포트 역시 소수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더 나은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없던 영역”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개발한 케모포트는 현재 나와 있는 제품과 전체 크기는 비슷하지만 바늘을 꽂을 수 있는 면적이 10% 정도 커졌다. 또한 압력에 견디는 힘도 경쟁품이 300psi인데 비해 메디튤립 제품은 350psi까지 견디게 했다. 그는 “기존 제품이 1㎠에 21㎏을 견딘다면 우리 제품은 24.6㎏까지 견딜 수 있다는 의미”라며 “항암제가 기구 밖으로 샐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 메디튤립은 편의성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기 위해 케모포트에 불이 들어오는 장치도 연구 중이다.

이 제품은 현재 시험검사를 모두 마치고 내년 중반 출시를 목표로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강 대표는 “출시 후 1~2년 내에 국내 시장에서 외국 제품의 절반을 대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품 생산을 위해 오송에 연면적 638㎡ 규모의 생산시설도 완공했다. 강 대표는 두 제품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의사라면 누구나 느꼈을 답답함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통상적으로 쓰는 의료기기에 개선점을 생각하는 의사들이 많다”며 “이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기존 제품보다 편의성을 개선한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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