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한국은행, 금(Gold) 매수 고려할만

이민주 기자I 2017.05.22 06:00:00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금 가격이 조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확대되고, 이 자금 중 일부가 금시장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을 1.3% 가지고 있는데, 더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2009년에는 세계경제가 선진국 중심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 성장률은 9%였다. 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었다. 2009년에 고정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79%에 이를 정도였다.

중국의 국내 총투자율이 2009년에 46%를 넘어섰고, 2011년에는 48%까지 상승했다. 투자율이 이렇게 높은데도 중국의 경상수지가 흑자를 낸 것은 중국의 총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2015년 중국의 저축률이 48%로 다소 낮아졌지만, 2009~11년에는 50% 이상을 유지했다.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전체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141%에서 2016년 260%까지 증가했다. 특히 기업 부채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는데, 지난해 말에는 GDP의 170% 정도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업이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투자율이 크게 낮아질 것이다. 중국 경제가 5~6%대의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대 중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저축률이 그만큼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소비 중심으로 성장하겠지만, 아직도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로 매우 낮기 때문에 저축이 투자를 크게 웃돌 것이다.

저축이 투자보다 더 많아진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보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대비 2%였는데, 중국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투자율이 낮아지면, 경상수지 흑자비율이 5%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6% 명목 경제성장률을 전제한다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앞으로 3년 동안 연간 6000억~700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이는 미국 정부와의 무역 마찰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미국이 중국보다 상품을 더 싸게 생산하기는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미국 경제가 확장국면에 후반에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이 높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중국에 비해서 경쟁력이 훨씬 높은 분야는 금융업이다. 미국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중국도 자본시장 자유화로 이 돈을 해외로 내보내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중국이 금융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이 시기를 적극 활용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을 자유화할 것이다. 이는 금리나 환율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특히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돈을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를 통해 국외로 내보낼 것이다. 이 돈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활용해 중국은 금을 살 가능성이 높다. 2016년 3월 현재 중국은 1798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5년(1054톤)보다 71%나 늘었다. 그러나 중국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로 매우 낮다. 미국은 75%,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65~68%로 중국보다 훨씬 높다. 중국이 경상수지 흑자 중 3000억 달러를 금에 투자한다면 현재 가격(온스당 1230달러)에서 약 6900톤의 금을 살 수 있다. 미국이 2016년 3월 현재 8133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이 의사결정만 하면 1년 이내에 미국보다 금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중국은 금을 단계적으로 늘릴 것이다.

금 가격의 상승은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미 달러의 기축 통화 역할을 축소시키면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금은 채권이나 주식 보유 때 얻을 수 있는 이자나 배당금도 없다.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한국은행도 금 보유를 늘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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