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월가 '바닥 논쟁' 한창…약세장 랠리 vs 신규 강세장

김정남 기자I 2022.08.17 06:05:55

월마트·홈디포 2분기 실적 '예상 상회'
주요 유통주 강세에 다우·S&P 강보합
일각서 소비 회복에 신규 강세장 전망
침체 신호도 많아…유가 7개월래 최저
"몇주간 또 하락" 약세장 랠리 전망도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혼조 마감했다. 미국 유통의 상징 월마트 등 주요 소매업체들의 실적을 주시하면서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사진=AFP 제공)


시장 예상 넘은 월마트 실적

1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1% 상승한 3만4152.01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19% 오른 4305.20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19% 내린 1만3102.55를 기록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04% 내렸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혼조를 보였다. 개장 전 나온 월마트 실적은 예상을 웃돌았다. 월마트는 올해 2분기 1528억 600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면서 월가 전망치(1508억 1000만달러)를 상회했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1.77달러로 전망치(1.62달러)를 웃돌았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두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식료품과 다른 제품 가격이 올라간 데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로 중위소득 계층 외에 고소득 계층도 월마트를 더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로 후불 결제하는 고객이 더 늘었고 육고기 대신 콩 혹은 참치캔 등을 구매하고 있다”며 소비 위축 기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 최대 주택용품업체 홈디포도 깜짝 실적을 올렸다. 홈디포는 2분기 437억 90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월가 전망치(433억 6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월마트와 홈디포 주가는 각각 5.11%, 4.07% 급등했고, 이에 다른 주요 유통주들도 강세를 보이면서 다우 지수를 이끌었다. CNBC는 “소비 지출이 경기를 충분히 강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살아나면 투자 심리는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나온 미국의 7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6% 증가하면서 월가 예상치(0.3% 증가)를 웃돌았다.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보태는 지표다.

다만 경기 침체를 암시하는 부진한 지표도 적지 않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내놓은 집계를 보면, 7월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144만 6000채로 전월 대비 연율 기준 9.6% 감소했다.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 긴축에 따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급등으로 수요가 둔화하면서 주택 건설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5%가 넘은 상태다.

WTI값 7개월래 최저치 급락

국제유가 급락 역시 마찬가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3.2% 떨어진 배럴당 86.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월 25일 이후 거의 7개월 만에 가장 낮다.

유가가 또 떨어진 것은 경기 침체로 인한 원유 수요 위축 전망이 만연한 가운데 이란이 원유시장에 다시 나오면서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란은 핵협상 관련 유럽연합(EU) 중재안에 대한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 앞서 EU는 이란과 미국의 입장을 종합해 최종 중재안을 핵합의 당사국(이란·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답변 기한을 15일 자정으로 정했다. 시장은 이란 핵합의에 진전이 있을 경우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근래 뉴욕 증시는 최근 상승세가 약세장 랠리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연준의 경기 연착륙을 달성이 가능해 보이는데, 이것이 랠리를 지속하게 했다”며 “지금은 (미국 증시가) 바닥에 온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의 앤드루 슬리먼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랠리 이후 시장은 단기적으로 하락할 것 같다”며 “몇 주간 상승세가 멈출 가능성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8%,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34% 각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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