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4월 보선과 LH 사태의 역설

안승찬 기자I 2021.03.17 06:01:00

유권자, 여권에 대해 실망
야권후보 지지율 오르면서
오세훈·안철수 욕심 커져
단일화 놓고 양보없는 기싸움
선거 패배땐 야권공멸 불가피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4월 보궐 선거에서 LH 사태가 여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가 지난 12일과 13일 이틀간 서울 거주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이번 LH사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75.4%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선거에서 여당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 기관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13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응답률은 25.6%) 결과를 보면, 안철수 대 박영선의 가상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박 후보를 11.8%p. 앞서고, 오세훈 대 박영선의 가상대결에서는 오 후보가 박 후보를 7.3%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를 경우에도, 박 후보 27.4%, 오 후보 26.1%, 안 후보 24.0%로 나타났다. 이런 여론의 흐름은 오히려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방해할 수도 있다. LH 사건은 여당에게 악재는 분명하지만, LH 덕분에 야권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돼, 야권 후보들이 3자 구도에서도 싸워 볼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후보 단일화는 ‘절박함’의 산물이다. 자기들끼리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누가 나와도 상대에게 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단일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3자 구도에서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단일화 상대가 제시하는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을 절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또한 야권 후보 중 누가 단일후보로 나와도 여당 후보를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단일화를 어렵게 한다. 욕심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권의 약진은 후보 단일화를 어렵게 만들고, 반대로 여당에게는 악제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야권 후보들이 한 가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고 선거에서 패하기라도 하는 날엔, 오세훈, 안철수 두 후보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자체의 운명도 끝날 수 있다.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진 정당, 그것도 연거푸 서울에서 여당에게 승리를 빼앗긴 정당은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선은 안개 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제1야당의 존재감 상실은 윤 전 총장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3자 구도에서도 해 볼만하다고 생각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거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야권 전체를 자멸의 길로 빠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여론조사 결과대로 선거 결과가 나오라는 법도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은 낮기 때문이다. 재보궐 선거의 평균 투표율은 30% 대인데,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이 정도의 투표율을 보인다면 여론조사 결과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서는 열혈 지지층을 많이 확보한 정당, 해당 지역에 조직이 강한 정당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투표장에 가는 “선거의 상수”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으면 이들의 존재감이 선거 결과에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선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투표율이 어느 정도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표율은 미리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결론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단일화에서 배짱을 부리다가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1야당의 운명과 자신들의 정치 생명 그리고 대선에서 야권의 입지에 이르기 까지, 현재의 모든 정치적 사안은 야권의 후보 단일화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소한 욕심 부리다가 졌다는 말은 듣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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