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98 WC, 매일 기뻤던 순간...06 WC, 기억하기 싫어"

이석무 기자I 2020.10.28 14:23:39
28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 이동국이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주=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3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라이언킹’ 이동국(41·전북현대)은 누구보다 화려했던 선수인생을 보냈다. 동시에 누구보다 좌절도 많이 겪었고 온갖 비난도 한몸에 받아야했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선수 인생을 스스로 돌아봤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통틀어 각종 공식대회에서 844경기를 뛰었고 344골을 기록한 이동국은 “포항에서 33번과 내 이름이 마킹된 첫 프로 유니폼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때 며칠 동안이나 그걸 입고 잤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2009년 전북에 입단해 첫 우승컵을 들었을 때도 최고의 순간이다”며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시간이 아닐까”라고 말한 뒤 살짝 미소를 지었다.

반면 월드컵은 이동국에게 희비가 엇갈린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이동국은 “프랑스 월드컵 이전에는 내가 한국 축구계의 가장 큰 이슈였고 그 때 기억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며 “하루하루가 기뻤던 순간이었으며 2002년 월드컵 경기에 내가 무조건 있으리라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2002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던 그때의 기억이 오래 운동을 할 수 있게 한 보약이 된 것 같다”며 “잊지 못할 기억이다”고 말했다.

또한 이동국은 “2002년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2달 남기고 부상으로 놓쳤을 때가 가장 아쉽다. 너무 힘들었고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좌절할 때마다 나보다 더 크게 좌절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보다는 내가 행복하지 않나 생각하니 스트레스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터뜨린 344골 가운데 최고의 골도 직접 선택했다. “독일과 평가전에서 넣은 발리슛 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발이 공에 맞는 순간의 임팩트, 그 찰나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동국은 K리그의 최다 출전, 최다 골 등 거의 모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경기 출전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뛴 공식 경기가 800경기가 넘는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 알게 됐다”며 “10, 20년을 꾸준히 잘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좋은 경기력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 기록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최근 걸출한 토종 공격수가 K리그에서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모든 팀이 외국인 공격수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시아 리그에서 스트라이커로 살아남는 건 참 힘든 일이다”며 “좋은 스트라이커를 키우려면 출전시간을 보장해주면서 구단이 계획을 세우고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21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이 잘 자리 잡아서 아마 5~10년 안에는 대형 스트라이커가 나올 것 같다”며 “‘오버 42세 룰’이 생기면 내가 1년 더 현역 생활을 할 생각이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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