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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위기? 롯데·신세계가 이커머스 인수·합병 주도해야"

강신우 기자I 2019.12.12 05:31:00

[만났습니다]①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기리는 '상전유통학술상'
초대 대상 수상자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
월마트 국내 진출 우려는 '기우'… 유통 경쟁력 키워
이커머스 적극 인수하고…대형마트 '사랑방' 역할해야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10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고객이 대형마트를 ‘사랑방’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월마트 한국 진출은 ‘매우 큰 사건’이었다. 국내 유통업이 잠식당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오세조(66)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오 교수는 롯데가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려 제정한 ‘상전(象殿) 유통학술상’ 대상을 받은 인물이다. 국내 유통학 연구와 산학협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특히 유통학회 설립과 기반정립에 기여, 많은 후학 교수를 배출한 공헌을 인정받았다.

◇월마트 ‘메기론’, 되레 유통 경쟁력 키워

1998년 월마트의 국내 첫 진출은 유통업계 ‘빅 이슈’였다.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유통 역사에서 월마트가 들어온 것은 기존 백화점에서 대형마트로 소비 중심이 옮겨간 격변기”라고 했다. 소비패턴 변화를 계기로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계 대형 할인업체가 등장했고 1993년11월에는 이마트 창동점 개점을 전후로 유통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활발했다.

오 교수는 1996년 유통시장 완전 개방 이후 월마트 등이 진입한 때를 “유통업계의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업계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없었다. ‘일본에서 유통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면 되는 것 아니냐’ ‘유통학문이 왜 필요하느냐’는 등의 인식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당시는 관심 밖에 있던 유통학문과 산학협력, 유통의 미래에 대한 전략이나 방향 등에 대해 신세계나 롯데 등 대형유통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고민하던 시기였다.

우려는 기우였다. 외국계 대형할인점과의 경쟁에서 국내 유통사는 유통업 연구를 시작했고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쌓았다. 이후 월마트와 까르푸는 경쟁에서 밀려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오 교수는 “월마트는 ‘매기’ 역할을 했다. 위기의식이 발 빠르게 유통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롯데 등 이커머스 ‘M&A’ 적극 참여해야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또 한 번의 격변기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전자상거래다. 쿠팡·티몬·위메프 등이 소셜커머스 형태로 시작해 이커머스로 업태를 전환하는 등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기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는 기세가 꺾였다. 매출은 줄어 적자 늪에 빠졌고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10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고객이 대형마트를 ‘사랑방’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이영훈 기자)
오 교수는 티몬 초창기에 자문 역할을 했다. 티몬 창업주인 신현성 전 대표와 사업방향이나 재무 등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2010년대 초 티몬이 생기고 쿠팡, 위메프가 잇달아 들어 오면서 한 마디로 ‘전쟁터’였다”며 “처음에는 영세 중소업체들의 마케팅을 대신해주는 개념의 소셜커머스였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이커머스로 변화했다. 너무 커지다 보니 제품관리가 안 되고 품질이나 물류 등에서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이 됐다. 한 기업만 남을 때까지 싸우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과잉경쟁을 하면 어느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며 “결국 인수합병이나 외국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롯데가 인수합병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자보다는 롯데나 신세계 등 토종 유통대기업이 이커머스를 끌어안는 방향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사랑방’ 같은 대형마트 만들어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그 어느 때보다 ‘리테일 임파워먼트’(empowerment)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임파워먼트는 제품 판매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강화하고 최적화하는 활동이다. 이를테면 리테일 마케팅과 유통관리, 직원교육, 판촉활동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 융합한 활동이다.

오 교수는 “이제는 생물처럼 견뎌내고 융합하고 뭉치는 쪽이 살아남는다”며 “온·오프라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유기 결합한 ‘옴니(Omni)채널’을 바탕으로 상권별,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와 체험형 매장 도입 등으로 고객이 마트를 ‘사랑방’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에 유명 음식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매점들이 들어올 수 있게 개방하고 대형마트는 이들 소매점들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오 교수는 유통 수장들에게 하는 조언으로 3가지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 유통은 신뢰할만하다, 상거래를 믿고 할만하다는 인식을 국내외 인들이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대형마트에 가면 늘 즐겁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고객을 위해서라면 각 기업이 뭉치고 업계가 함께 혁신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오세조 교수는…

△1953년2월 부산 출생 △1971년2월 경복고 △1975년2월 연세대 경영학 △1980년10월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87년8월 신시내티대 마케팅학·경영학 박사 △2003년2월 한국유통학회 회장 △現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 △現연세글로벌유통물류프랜차이즈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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