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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의 꿈]⑨1년 중 절반 안갯속 北 주시…급경사 2천여 계단 오가며 임무 수행

김관용 기자I 2018.05.04 06:00:00

최전방 부대 장병들을 만나다
'힘 있어야 평화도 있다' 다시금 되새겨

[철원·양구·인제=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남북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지금도 우리 군 장병들은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중·서부 전선과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만난 이들은 ‘힘이 있어야 평화도 있다’는 역사적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지난 2일 강원도 양구 백두산 부대를 찾았다. 산에 큰 바위가 있다고 해서 ‘대암산’이라고 불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이곳에도 우리 장병들이 있었다. 비무장지대(DMZ)를 감시하며 유사시 고지 선점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다. 전술도로를 따라 구름을 뚫고 올라오니 안개 속에서 주둔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1년 중 170일 이상이 안개에 휩싸여 있다보니 여기 장병들은 해를 거의 보지 못한다는게 안내 장교의 설명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외부인이었는지 위병소 근무 장병이 해맑게 웃으며 반겼다.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대암산 모습. 1000m가 넘는 이곳 정상에도 육군 장병들이 근무하는 부대가 있었다. 산 중턱에 구름이 걸쳐있다.
북한강이 보이는 GOP 부대에 올라서서는 장병들을 따라 철책 순찰을 돌았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계단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계단 몇개 올라서지도 않았는데 땀이 비오듯했다. 다리가 아파오고 숨이 가빠졌다. 급경사로 이뤄진 계단이 2000여개나 된다는 말에 중간에 ‘낙오’했다. 그나마 여기 장병들은 철책에 과학화경계시스템을 설치해 과거 보다 훨씬 적게 순찰을 돈다고 했다. 주둔지 상황실에선 수많은 CCTV들이 주요 지역을 감시하고 있었고 열상감시장비가 북측을 주시했다.

봄이라고 하기엔 쌀쌀한 최전방 날씨였는데도 철원 관측소(OP)에서 만난 장병들은 전혀 춥지 않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6·25 전쟁 당시 중·서부 전선 최대 혈투였던 백마고지 전투 관련 설명을 하던 장병은 미국 유학 도중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귀국해 입대했다고 했다. 단 게 당겼던 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사비를 털어 GOP CP(Command Post) 장병들에게 캔 커피와 초코파이를 선물했다. 금강산 마지막 봉우리라는 의미의 가칠봉 능선에서 만난 젊은 장교가 준 달달한 믹스커피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 군 동부전선의 GOP 철책 순찰로 모습. 이곳 소초의 계단은 2000여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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