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돌연사 원인인 부정맥... 무선 심장박동기 삽입 '마이크라'시술 도입 성공

이순용 기자I 2021.03.23 06:25:53

부정맥은 돌연사의 원인, 진단 쉽지 않아 부정맥 발생때 검사 통해 정확히 진단해야
심실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불규칙하게 뛰면서 심장기능을 멈추게 해
- 확진되면 생활요법과 약물치료로 위험도 낮추고, 필요따라 제세동기를 몸 안에 삽입해 심실세동에 대비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사람의 심장은 1분에 50~90회 정도로 규칙적으로 박동한다. 그런데 심장이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느리거나, 빨라지는 등 불규칙한 경우 모두 부정맥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부정맥은 발작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고, 부정맥이 발생하는 시기에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김성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부정맥과 관련한 가장 위험한 질환은 갑자기 사망하는 돌연사”라면서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심실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은 기능을 멈추게 되고 돌연사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돌연사는 갑작스럽게 찾아와 미리 예측하기가 어렵고 빠르게 진행한다. 돌연사를 유발하는 심실세동의 주요 원인은 심근경색증이다. 즉 심근경색증이 심실세동이라는 부정맥을 유발하고, 심실세동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심실세동의 주요 원인은 심근경색증

심장은 우리 몸 전체에 피를 공급하는 기관인 동시에 혈액을 통해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움직일 수가 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생겨서 좁아지면, 가슴 통증이 생기는 협심증이 되고, 더 심해져서 막히게 되면 심근경색증이 된다. 일부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는 발병 초기에 심실세동이 생겨 돌연사로 사망하기도 한다. 심근경색증을 앓았던 환자는 심장 근육에 흉터가 남는데, 여기에서 심실세동 혹은 심실빈맥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심실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이 멈추는 것과 같기 때문에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이것이 ‘세동’을 없앤다고 하여 ’제세동 (除細動)’술이다. 또한 펌프와 같은 심장 기능을 일부라도 유지시키기 위해서 흉부 압박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심폐 소생술이 시행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경과하면 환자는 뇌 손상을 입게 되어 회복이 어려워지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최근에는 심폐 소생술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고 있는 일반인들이 점차 많아져서, 병원 외의 장소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더라도 119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심폐 소생술이 이루어져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제세동을 시행할 수 있는 기기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많이 비치되면서, 생존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 돌연사의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진찰과 검사를 통해서 미리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고, 생활 요법과 약물 치료를 통해 위험도를 낮추며, 필요하다면 제세동기를 몸 안에 삽입해 심실세동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에는 삽입형 제세동기의 크기가 작아지고 배터리 수명도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기존 기기로는 어려웠던 MRI 촬영도 가능해지는 등 기능이 많이 개선됐다.

◇‘무선 심박동기’ 삽입시술 성공

특히 심뇌혈관병원 부정맥팀은 최근 심방세동 및 서맥, 동기능 부전 및 방실차단 환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국내에 도입된 마이크라(Micra) 시술에 성공했다. 마이크라 시술은 기존의 삽입형 제세동기가 가진 한계였던 전극선이 빠지는 문제나 절개로 인한 감염, 피부질환 등의 문제를 해결한 무선 심박동기(Leadless Pacemaker)를 삽입하는 시술이다. 무선 심박동기는 손가락 1개 마디 정도의 작은 크기로 대퇴정맥을 통해 심장 내에 삽입한다.

관상동맥질환 외에도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증과 좌심실이 확장되어 수축 기능이 떨어지는 확장성 심근증도 돌연심장사의 중요한 원인이며, 이런 심근증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브루가다 증후군, 특발성 심실세동 등도 돌연사의 원인이 된다.

실제 환자 사례를 살펴보면, 30세 남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는 실신으로 내원하였다. 심초음파, 24시간 홀터에서는 특별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실신이 발생했을 당시의 심전도를 얻기 위해서, 삽입형 심전도 기록기를 시술했다. 환자는 1개월 후 실신이 재발했고, 이후 병원에 내원해 삽입형 심전도 기록기에서 심실세동이 확인됐다. 환자는 특발성 심실세동으로 진단됐고, 돌연사 예방을 위해서 삽입형 제세동기를 시술 받았다.

김성환 교수는 “40세 이하의 젊은 성인에서 발생하는 돌연사는 유전성 부정맥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 경제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연령대에서 특별한 전조증상 없이 갑자기 나타난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면서 “이러한 유전성 부정맥에 의한 돌연사 예방에는 부정맥 전문의의 진료가 필수적이며, 가족에 대한 검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가 도입돼 진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돌연사 고위험 환자로 판명되면, 삽입형 제세동기 시술로 돌연사 예방이 가능하고, 심폐소생술을 숙지한다면 응급상황 발생 시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돌연사는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첫째, 심실세동의 가장 흔한 원인인 심근경색증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심근경색증을 유발하는 동맥경화를 예방해야 한다. 당뇨, 고혈압, 이상지혈증, 비만 등을 잘 관리하고, 적절한 운동과 금연이 필수적이다. 평소 운동 시 흉통이 있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추천된다.

둘째, 돌연사 가족력이 있는 지 알아두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질병은 일정 정도 유전성이 있으며, 특히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질환들은 연관성이 매우 높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돌연사를 한 경우가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셋째, 실신을 경험했다면, 부정맥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실신의 대부분은 신경매개성 실신(미주신경성 실신 포함) 혹은 기립성 저혈압이 원인이며, 넘어지면서 다치지만 않는다면 별다른 후유증 없이 곧 깨어난다. 하지만, 실신 환자의 일부는 돌연사의 원인인 심실세동을 포함한 심장 문제일 경우가 있다. 이는 일반적인 검사로는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신 정황에 대한 자세한 문진이 필요하다.

한편 김성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혈관 질환인 부정맥 분야의 떠오르는 명의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 2012년 김 교수가 서울성모병원에 합류한 이후, 부정맥 관련 환자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환자들이 심장 질환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심장질환 관련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직접 운영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김성환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오른쪽)가 심실세동 환자에게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갑작스레 찾아오는 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근경색증을 유발하는 동맥경화를 예방해야 한다”면서 “당뇨, 비만, 고혈압, 이상지혈증 등을 잘 관리하고 적절한 운동과 금연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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