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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 땐 성장株 매도?…“이익 느는 기업 되레 담을 때”

고준혁 기자I 2021.02.26 00:20:00

비중 축소 신중론 눈길
경기민감주로 '이동' 권장하지만
성장주, 4차산업혁명 따른 추세 상승
금리 향방보단 실적장세 대비해야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금리 상승으로 데이터 기업 등 성장주가 최근 조정을 받고 있다. 당분간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라 성장주를 줄이고 경기민감주를 담는 전략이 추천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지금의 주식시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추세 상승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성장주 비중 축소는 신중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향후 실적 장세를 앞두고 성장주의 실적 전망치가 개선된다는 점도 성장주 비중 유지의 주요 근거다.

금리 상승 시 성장주 비중 낮추는 게 일반적

그래픽=문승용 기자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뱅가드 그룹에서 성장주만 모아놓은 상장지수펀드(ETF)인 Vanguard Growth ETF(VUG)는 이달 들어 24일(현지시간)까지 3.7%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가치주를 모아놓은 Vanguard value ETF(VTV)는 8.3%로 성장주대비 두 배가량 올랐다. 이는 시장에서 대표적으로 쓰이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이날 기준 1.417%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를 하회하던 수준의 금리는 지난달 초 1%를 넘어서며 1.1%까지 오르더니, 이달 들어 1.4%까지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의 신호로 읽힌다. 경기 회복기, 기업들이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기 위해 시중 자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돈의 값인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때 시장은 금리 상승을 보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 경기 흐름에 연동되는 경기민감 가치주에 베팅한다. 반면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엔 좋지 않다. 실적 대비 고평가된 성장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할인율 상승으로 그동안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게 된다. 금리가 낮으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도 할인이 거의 안 된 상태에서 평가되지만, 금리가 높으면 시장은 해당 전망치를 차감(할인율 상승)한다.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통과되고 백신 접종이 늘어나는 등으로 앞으로도 경기 상황은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금리의 추가 상승이 점쳐진다. 이러한 상황에선 일반적으로 경기민감주 비중 확대, 성장주 비중 축소가 권장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대응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업종 내 비중 조절이다”라며 “우리는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할인율에 민감한 성장주의 비중을 일부 낮춰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가치주 전환?…무리한 로테이션 실수 이어질 수 있다”

지금 금리 상승을 빌미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일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지수 상승 전망의 대전제가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에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은 지금의 강세장은 몇 개월에 걸쳐 끝나는 게 아닌 몇 년 동안 나타날 수도 있는 추세적 상승장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경기 회복 과정의 기저효과와 대규모 유동성 등의 이유는 피상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4차산업 혁명이 일어나 기업들의 이익 수준이 한 단계 도약되고 주식시장에선 이에 대한 새로운 평가방식이 도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으로 대표되는 성장주를 ‘금리 상승에 따른 할인율 상승’이란 공식으로만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성장하는 기업은 크게 3단계를 거치는데 △투자 확대와 매출 성장기(현금흐름 악화) △투자 회수기(현금흐름 턴어라운드) △이익 확대기(침투 및 점유율 확대를 통한 이익 극대화) 순인데 각 단계에서 주가는 상승한다”라며 “테슬라의 주가 반응이 강했던 원인은 투자 회수기인 2단계로 진입된 결과로 생각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 성장주를 보는 관점도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전기차와 2차전지 등의 신성장 산업은 2단계 및 3단계로써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에선 가치주 또는 중소형주로의 전환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주장하는데, 확장국면에서 강세장을 주도했던 업종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아 무리한 로테이션 전략이 실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억지스러운 신선함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적장세 진입에 관심 둬야…이익 기여 여전히 ‘성장주’”

향후 시장은 금리의 향방보다는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실적 장세가 진행되는 데 따른 변화에 관심을 더 기울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따르면 가치주냐 성장주냐의 구분보다는 실적 전망치 개선이 양호한 업종을 고르는 게 우선순위인 셈이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이 대세 조정세로 진입하는 두려움에 갇히기보다 실적장세에 진입하며 투자전략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며 “과거 경험치에 따르면 이러한 구간에서는 경기민감주와 신흥국의 적극적 비중 확대 전략이 제시돼야 하지만, 올해 이익 증가 기여도는 여전히 성장주와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성장주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나 이익 성장을 주도하는 반도체, 그린 에너지, 미디어 및 엔터 업종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레벨보단 속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실질금리를 완만히 올리는 방법으로 명목금리를 안정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BEI)의 합이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연준이 이제부터 실질금리의 완만한 상승을 용인해 기대물가 기울기 관리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며 “물가가 더 올라 금리 상승을 더 자극하기 전에, 미리 실질 금리 상승을 조금씩 유도해 지금의 기대물가 상승 기울기를 조금은 낮추어 기대물가와 명목금리 급등 가능성을 제어하는 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정책 및 경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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