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돈 푼다, 인플레 온다, 투자는?

이슬기 기자I 2020.05.13 05:30:00

美 연준, 코로나19 이후 자산매입 규모 60%↑
무차별 돈 살포에 때 아닌 인플레이션 우려
증권가 "돈 가치 떨어져…금·주식으로 헤지해야"
다만 한켠에선 여전히 디플레 우려 높다 주의도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화폐적 현상이다’.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에 대해 화폐의 양을 꼽았습니다. 경제의 생산량 등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화폐공급이 계속 늘어난다면 물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면서요.

그런 프리드먼의 얘기가 요즘 금융시장에서 자주 들립니다. 각국의 중앙정부가 화폐량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탓이죠. 실제 글로벌 금융가에서는 다가올 수도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 무차별 살포되는 돈에 빛나는 ‘금’…금리인상엔 주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경제 둔화를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시중에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미국 연준이 갖고있는 자산은 6조 7000억달러인데요, 연초 대비 61%나 증가한 규모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자산 규모도 마찬가지로 급증했습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통해 근 10년 간 풀어왔던 돈의 절반 이상을 올해에 다 쏟아부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죠.

인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된 건 그래섭니다. 세상에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려있으니 내가 가진 돈의 가치도 그만큼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코로나19가 지나면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실제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도래할 인플레이션 걱정에 벌써부터 새로운 자산배분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시대엔 현금을 들고있는 것 만으로도 손해니까요. 가치가 줄어드는 현금 대신 물가 상승분의 이익을 안겨다 줄 자산에 투자를 해야만 겨우 ‘똔똔’이 되는 셈입니다.

가장 각광을 받는 건 아무래도 금입니다. 금은 실물자산으로 인플레이션에 의해서도 실질가치가 줄어들지 않는 자산으로 선호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중앙은행에 의한 화폐가치 하락으로 금값은 현재의 몇 배나 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다만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의 일환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만약 금리가 오르면 같은 안전자산군 내에서 채권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값이 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채권을 들고만 있어도 이자가 더 높게 나오는데 채권 아닌 금을 가질 이유가 없는 탓이죠.

◇ 주식으로 ‘인플레 헷지’…여전한 디플레 우려도

주식도 인플레이션 시대의 투자처로 꼽힙니다. 물론 모든 주식을 사도 된다는 건 아니고요,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한 주식을 택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긴 합니다. 최근 재택근무 등이 자리잡으며 오르고 있는 IT 관련주는 코로나19 이후 바뀔 세상에서도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종목이라며 전문가들이 추천하고도 있죠.

마크 스피겔 스탠필 캐피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향후 긴 호흡으로 투자할 거면 S&P500 지수를 사고 약간의 금을 소유하라”고 조언했습니다. 통화량 증가로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고, 주식은 이 인플레이션 시대에 합리적인 헤지방법이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더라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통제하기 때문에 기업은 낮은금리로 투자자금을 조달해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며 “주식은 이미 10년 간의 주가 상승에 따라 높아진 절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자산 수익률이 채권보다 크게 우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여전히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오히려 공급과잉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있다면서요.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을 필두로 선진국 대부분이 재정 투입을 하는 만큼 생산이 단기에 급증하는데, 그럼에도 수요 회복은 점진적이기에 공급 과잉 심화와 함께 수요 측 물가 하방 압력이 심화될 수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4조위안 재정 부양책 이후 공급과잉으로 저물가가 나타난 중국이 대표적”이라고 짚었습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돈을 푼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이뤄진 일입니다. 금융가에선 ‘이렇게 돈을 풀어도 정말 부작용이 없느냐’고 수근거렸지만 별 다른 문제 없이 이어져 온 것도 꼭 10년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 푸는 돈의 양이 심상치 않다 보니 경제가 정말 가보지 않은 길로 가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 투자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