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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이 미래다]빠른 모바일뱅킹에 보험 들면 한국 여행도..호감도 늘며 印尼 고객↑

김범준 기자I 2019.03.15 06:00:00

경제한류 현장 르포(下) 인도네시아
OK은행, 올 5~6월 통합법인 출범 예정
산은, 22년만에 자카르타 사무소 개소
"한국계 은행 서비스 최고…평판 좋아"
"후발금융기관 신규 진출 기회 충분해"

(그래픽=이동훈 기자)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 금융사들과 한국인들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요. 노인들까지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K-POP)을 즐겨 보고 들으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와 같은 간단한 한국어를 배워서 말하는 것에 재미를 붙이곤 합니다.”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주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만난 전조영 외교부 공사는 이같이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 이유를 묻자 전 공사는 “한·아세안(ASEAN) 수교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고 인도네시아와의 수교는 46년을 맞이하는 등 한국은 가깝고 친근하다는 정서가 있다”며 “최근 정부의 신(新)남방 정책 기조에 힘입어 한국 기업들과 금융사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많아지고 있는데 경영과 서비스 등에 있어 대체로 선진화돼 있고 세련돼 현지인들의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계 금융사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계 은행들은 빠르고 풍부한 금융서비스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느긋한 인도네시아 문화 속에서 빠르고 정확한 맞춤 금융서비스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소다라은행, KEB하나은행 등 영업점은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와 통일된 브랜드를 제공해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한강’, ‘미시시피강’ 등 각 나라 주요 강 이름을 딴 고객 상담실을 마련하고 현지에서 유명한 커피숍 브랜드를 본점 1층에 들여오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잦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KEB하나은행인도네시아 본점 영업점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한국에서 발달한 디지털금융 기술과 서비스를 빠르게 접목해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계 은행들은 충전식 e결제 방식과 소액 모바일 할부금융이 유행하는 인도네시아 소비패턴에서 현지 결제대행업체(PG)사와 제휴를 확대하고 온라인 실명인증(e-KYC)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지만 이질감이 들지 않게 현지 융화 등 ‘현지화’도 잘 이뤄가고 있다는 평가도 따른다. 국내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화생명은 ‘한화 버킷리스트(Bucket List) 플랜’이라는 만기환급 저축성보험 상품을 판매하며 “만약 한국 여행이 꿈이라면 그 꿈을 이루어 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이색 ‘꿈 마케팅’을 펼치며 현지 고객들의 호감을 끌고 있다.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화생명 인니법인 본점에서 염경선(왼쪽) 법인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지 만기환급 저축성보험 상품 ‘한화 버킷리스트(Bucket List) 플랜’을 설명하는 모습과 홍보용 팻말이 사무실 천장 곳곳에 붙어있는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에스쩨베데(SCBD)’. 에스쩨베데는 ‘Sudirman Central Business District’(수디르만 센트럴 비즈니스 디스트릭트)의 초성을 딴 약자를 현지 언어로 발음한 단어로, 자카르타의 ‘강남’ 혹은 ‘홍콩’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최대 중심상업지구다. 이곳은 은행·증권·보험사 등 수많은 금융사들과 대형쇼핑몰들이 몰려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금융기관들도 에스쩨베데에 운집해 있다. ‘수디르만’은 자카르타 중심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명으로 우리나라 ‘세종대로’ 또는 ‘테헤란로’에 빗대어진다.

금융사들이 앞다퉈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먹을 게 많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약 2억6200만명으로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만큼 내수시장이 크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법인 형태로 진출한 한국계 은행은 인도네시아KEB하나은행, 우리소다라은행(BWS), 신한은행인도네시아(BSI), OK은행인도네시아 등 4곳이다. KB국민은행은 2대 주주(지분율 22%) 형태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Bank Bukopin)에 진출해 있다.

왼쪽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KEB하나은행인도네시아 본점, 우리소다라은행 본점, 신한은행인도네시아 본점, OK은행 본점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한국계 은행들의 추가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아그리스은행(Bank Agris)과 미트라니아가은행(Bank Mitraniaga)의 인수·합병(M&A)을 통한 현지 법인 설립을 최종 승인받았다. 기업은행은 현재 양 법인 합병 및 지배구조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 현지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에 OK저축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아프로서비스그룹도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OK!뱅크’(OK은행인도네시아)의 중소기업(SME)전문 현지 소형은행 디나르은행(Bank Dinar) 인수를 확정받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임철진 OK은행장은 “현재 법인 합병 및 지배구조 변경안 등을 금융당국에 제출한 상태며 이르면 올 5~6월쯤 통합 법인이 출범할 예정”이라며 “OK뱅크는 현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와 서민금융 확대를 주요 방향성으로 둘 것”이라고 밝혔다.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그리스은행(Bank Agris) 본점에서 IBK기업은행 관계자들이 인수·합병 절차와 관련해 현지 컨설팅사 딜로이트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기업은행이 최근 인수한 아그리스은행 본점 영업점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은 1997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앞서 진출해 있던 현지 법인과 사무소를 모두 철수했다가 약 22년 만인 지난달 자카르타 SCBD에 다시 사무소를 열었다. 법인이 아닌 만큼 당장 영업은 불가능하지만 사무소를 통해 현지 교류를 넓혀가면서 인도네시아에 재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강수 산은 인니사무소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에서는 자국 진출을 허용하는 외국계 은행 수를 한 나라 당 4개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의 경우 곧 법인 통합 출범을 앞둔 IBK기업은행 및 OK뱅크와 현지 은행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KB국민은행까지 모두 포함하면 이미 6개 한국계 시중은행이 나와 있는 만큼 후발 주자들의 추가 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계 은행들이 좋은 평판을 얻으며 영업을 잘 해나가고 있으며 산은도 한국 산업은행 본점을 통해 인도네시아와의 교류도 많은 편”이라며 “기회는 분명히 있기 때문에 산은이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사로서 추구할 방향성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상업지구 에스쩨베데(SCBD)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자카르타사무소(왼쪽) 모습과 같은 날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강수(오른쪽) 소장. (사진=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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