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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악몽 지운 박태환, 완벽한 부활 눈앞에 보인다

이석무 기자I 2016.12.07 14:28:17
박태환.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27)이 완벽한 부활을 향해 가속도를 더 붙이고 있다.

박태환은 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첫날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34초59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박태환이 최초다. 그 전에 한국 선수가 이 대회 메달을 딴 것도 10년 전인 2006년 4월 중국 상하이 대회에서 박태환이 자유형 400m와 1500m 은메달을 딴게 전부였다. 이번 우승으로 박태환은 롱코스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 이어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까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록을 수립했다.

이번 금메달은 박태환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 금지약물 징계 파문과 리우 올림픽 부진의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실시한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FINA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대한체육회와 법적 다툼까지 벌이는 우여곡절끝에 리우 올림픽에 나섰지만 전종목 예선탈락이라는 쓴 맛을 봐야 했다.

모든 이들은 ‘이제 박태환은 끝났다’고 전망했다. 박태환 스스로 “나도 많이 답답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좌절감이 컸다. 그에게 남은 길은 은퇴 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박태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올림픽에서의 실패를 뒤로 하고 다시 물살을 갈랐다. 지난 10월 전국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데 이어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4관왕에 등극하며 희망의 빛을 쐈다. 그리고 이번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되찾았음을 입증했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규격 50m 코스가 아닌 25m 길이의 수영장에서 치러지는 경기다. 25m마다 턴을 하다 보니 그만큼 스피드가 더 붙는다. 물의 저항을 덜받는 잠영 구간도 길어 기록이 롱코스보다 더 잘 나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쇼트코스 종목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이 아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나서지는 않는다. 리우 올림픽에서 남자 400m 금,은,동메달을 목에 건 맥 호튼(호주), 쑨양(중국), 가브리엘레 데티(이탈리아) 모두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박태환 역시 2006년 대회를 끝으로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중요한건 박태환의 의지다.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의 실패 이후 밑바닥부터 다시 올라오고 있다. 상승 곡선이 눈에 띄게 가파르다. 리우 올림픽때와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전성기 시절 모습을 거의 되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분한 훈련량과 더불어 반드시 부활하겠다는 의지가 맞붙려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

기록을 보더라도 박태환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날 결승전 기록 3분34초59는 올시즌 쇼트코스 기준 세계랭킹 1위 다.

프랑스의 야니크 아넬이 2012년 11월 프랑스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세계 기록(3분32초25)에는 2초 정도 뒤진다. 하지만 2007년 11월 FINA 경영월드컵 시리즈 베를린 대회에서 우승할 때 작성한 이 종목 개인 최고 기록(3분36초68)과 비교하면 2초 이상 빠르다.

경기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7년은 박태환의 기량이 가장 물 올랐던 시기다. 그 다음해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은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100m·200m·400m·1,500m 등 네 종목에 출전한다. 8일 자유형 200m에서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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