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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돋보기]“코로나 걸린 경비원 대신 순찰을”…미담 '훈훈'

김나리 기자I 2021.02.12 08:00:00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우리나라 주택의 77%는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등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로 이뤄져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이 같은 공동주택에서 실제 벌어지거나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알아보고, 매 주말 연재를 통해 꼭 알아둬야 할 상식과 더불어 구조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 효율적인 관리방법 등을 살펴본다.

차가운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가 따뜻한 온정이 살아 숨 쉬고 사람 냄새가 나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설 명절을 맞아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들과 관리사무소 직원 등 공동주택 구성원들이 서로 돕고 화답하며 아파트를 아름다운 거주 공간으로 만들어간 훈훈한 소식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설 명절 일주일 정도 앞둔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한 상인이 택배로 보내질 과일 박스를 포장하고 있다.


우선 경기도 수원 팔달구 모 아파트에서는 최근 입주민들이 코로나19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경비원과 관리사무소 직원을 대신해 직접 방범 활동을 펼치고 음식을 마련해 준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말 해당 아파트는 경비원 2명과 관리사무소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경비원 10명과 관리사무실 직원 11명 모두가 2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자칫 경비업무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으나 입주자대표회의를 중심으로 나선 입주민 30명이 2명씩 조를 구성해 구역을 나눠 순찰을 실시하면서 직원들의 업무 공백을 메웠습니다. 관리사무실에서 자가격리를 결정한 직원에게는 직접 만든 음식을 문 앞까지 배달하기도 했습니다.

입주민들이 관리소 직원을 돕고 나선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1월 6일 서울 마포구 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갑작스런 폭설로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제설 작업에 어려움을 겪자 제설 작업에 동참, 아파트와 주변 도로의 눈을 함께 치웠습니다.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입주민들도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눈을 치워 출근길 어려움을 해결했습니다. 대전 어은동에 위치한 어느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이 잠을 포기한 채 밤새도록 자발적으로 제설 작업에 참여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암 투병을 하는 아파트 미화원을 위해 성금을 모은 입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연말 경기 부천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3년 동안 근무한 미화원이 암 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자 약 400만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했습니다.

입주민들이 추위 속에 근무하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점퍼 등을 선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어느 아파트에서는 한 해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입주자대표 등이 따뜻한 물로 직원들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진행하고, 장갑을 선물해 직원들을 감격시켰다고 합니다. 부산 해운대 모 아파트 입주민들도 모금을 통해 경비근무자 7명과 미화원 9명에게 패딩 점퍼를 전달하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조끼를 선물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입주민 모임과 관리사무소는 직원들의 근무 의욕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청소할 수 있도록 자동청소차량 2대, 수동청소차량 2대를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온정을 베푼 경우도 있습니다. 전남 광양의 모 아파트 입주민들은 엘리베이터에 모금함을 설치해 모은 65만원의 성금과 입주자대표회의 25만원, 관리사무소 직원 10만원을 합친 총 100만원을 지역사회 독거 노인, 조손 가정, 암투병 세대 밑반찬 지원 후원금으로 기부했습니다. 수원 광교의 모 아파트는 입주민들이 택배기사들을 위해 ‘간식함’을 만들어두고 소독제를 직접 만들어 마을버스를 비롯한 지역 내 기관에 전달했습니다.

이웃 간의 정이 오간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에서 익명의 입주민이 생활이 힘들어 관리비를 내지 못하는 어려운 입주민이 있다면 돕고 싶다며 100만원대 미납 관리비를 대신 납부했습니다.

전북 정읍의 아파트에서 거래처 계약금이 들어있는 입주민의 돈 봉투를 찾아준 양심적인 경비원의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1월 22일, 정읍 모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이재진(68) 씨는 아파트 오전 순찰 중 우편함 밑에서 현금 195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발견하고 아파트 통장과 상의한 끝에 여러 차례 안내 방송을 실시, 돈 봉투를 분실한 주인을 찾아줬습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이를 두고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 여러모로 힘든 세상이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살만한 이유”라며 “공동주택인 아파트라는 공간 속에서 입주민,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직원 등이 함께 어우려져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로 상생과 공존 등 공동체 의식과 문화가 필요한 요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동주택에서는 이웃을 비롯한 구성원과 함께하고 소통하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야만, 내재된 수많은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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