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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NO! 사모펀드" 프랜차이즈 인수 때마다 반복되는 갈등 '왜?'

조해영 기자I 2020.09.15 00:32:00

'뚜레쥬르' 점주들, CJ에 매각 반대 입장 전달
"마케팅 비용 등 일반 점포 부담 늘어날 것"
수익 는다지만…bhc '갑질' 전례 등에 우려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CJ(001040)가 매물로 내놓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를 둘러싸고 점주들이 매각에 반대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최근 CJ는 딜로이트안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CJ푸드빌 내 핵심 사업부문인 뚜레쥬르의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점주 반발은 사모펀드(PEF)의 프랜차이즈 매각 때마다 반복된 익숙한 풍경이다. 과거 사모펀드에 인수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사례가 적지 않지만, 점주들은 사모펀드가 점주들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차익만 챙겨 떠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매각 안 된다” 뚜레쥬르 점주들 ‘반발’

14일 업계에 따르면 뚜레쥬르 점주 모임인 뚜레쥬르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2일 예비입찰 후 CJ 측과 만나 사모펀드로의 뚜레쥬르 인수를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CJ 측은 가맹점주 요구에 대한 답변을 오는 21일까지 내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뚜레쥬르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점주들은 CJ의 기업 이미지를 믿고 뚜레쥬르 창업을 선택했는데 회사가 사모펀드로 넘어가면 ‘간판’은 없어지고 기업 가치가 떨어질 것이 뻔하다”며 “이익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 등이 점포로 전가되면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갈등은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인수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기업을 인수한 후 통상적으로 3~5년 사이에 경영 효율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공격적인 마케팅 등에 기존 점주들이 피해를 우려하며 인수를 반대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지난 2013년 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TRG) 인수 후 가맹점을 상대로 한 ‘갑질’ 의혹이 일었다. bhc는 실제로 지난 2018년 가맹점주에 인테리어 비용을 떠넘기고 홍보비 집행 내용을 늦게 알려주는 등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4800만원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말 치킨·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도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에 경영권이 매각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등 반발한 바 있다. 매각 후에도 노조는 사측이 노조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익 챙겨야 하는 사모펀드…실적 개선에도 상생 우려

사모펀드가 가져간 프랜차이즈 브랜드 상당수는 매각 후 경영실적이 개선됐다. 음료 브랜드 공차코리아나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공차코리아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이 지분 일부를 인수했던 2017년 51억원에서 2018년 18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아웃백 역시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된 후 영업이익이 2016년 25억원에서 2018년 13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비슷한 내용의 가맹점주 반발이 되풀이되는 것은 사모펀드가 단기간 내에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기존의 상생 체계를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본사의 실적 개선이 일반 점주들에게까지 이어지기는 커녕 일반 점주의 피해를 볼모로 성장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bhc의 사례처럼 마케팅에 힘쓰는 과정에서 점주들이 부당한 피해를 본 전례도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bhc 역시 수익은 개선됐지만 영업이익률이 다른 치킨 브랜드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가맹점 쥐어짜기’의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뚜레쥬르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넘어갔던 가맹점주들 얘기를 들어보면 매각 후에 바뀐 경영진들과 만나는 자리가 없고 소통이 단절됐다고 한다”며 “생업을 목적으로 점포를 차린 입장에선 그동안 본사 측과 해왔던 의사소통 체계가 끊기면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이윤 추구는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부당한 쥐어짜기 대신 바람직한 방식으로 경영 구조를 개선하면서 기업 가치를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매각 과정에서 계약조건 등이 불리하게 바뀌는 등 점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각 양측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프랜차이즈 초기 창업비용은 제과제빵이 평균 1억1100만원, 치킨이 5700만원, 커피가 1억1400만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 CJ 관계자는 “지난주 예비 입찰에 전략적투자자(SI)를 포함해 5~6곳이 응했으며, 지금은 매각 초기단계로 사모펀드로의 매각이 확정된 바 없다”며 “뚜레쥬르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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