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美 코로나발 경제위기 이어 금융위기 후폭풍 '경고등'

이준기 기자I 2020.08.03 00:00:00

오바마 백악관서 CEA 위원장 지낸 오스탄 굴스비의 '경고'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오바마보다 더 나쁜 경제 마주할 것"
"바이러스가 보스"…코로나19 정치적 활용 완전히 배제해야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2021년 1월 누가 미국 백악관에 입성하든 2009년 1월보다 더 나쁜 경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내며 ‘오바마의 스승’ ‘오바마의 경제브레인’ 등으로 불렸던 오스탄 굴스비(사진) 현 시카고대 교수의 전망이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괴력을 똑똑히 목도하고, 그 극복 과정을 진두지휘했던 굴스비가 코로나19가 야기할 새로운 금융위기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사진=AFP
휘청이는 美은행들…“후폭풍 볼 것”

최근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밝힌 굴스비의 논리는 이렇다. 지속하는 코로나19 재확산은 소비 침체 등을 일으키고, 이는 수많은 기업과 소상공인을 몰락시킬 수밖에 없다. 이미 코로나19 충격에 허덕이고 있는 은행은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 명확하고, 결국 ‘금융위기’로 발전될 수도 있다는 거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미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 JP모간과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 대형은행 3곳이 경기침체로 고객들의 대출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2분기에만 280억달러(약33조60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금은 일반적인 경기침체가 아니다. 불황은 계속되고 후폭풍을 보게 될 것”이라며 “ 지금 당장은 경기부양책 때문에 잘 모를 뿐”이라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된 ‘도드-프랭크법’의 입안자인 바니 프랭크 전 민주당 하원의원조차 최근 “미 금융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은 엄청나다”면서도 경제활동이 계속해서 우울해질 경우 “금융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코로나 재확산과 악화하는 경제지표

관건은 코로나19의 향배다. 굴스비는 “바이러스가 보스(boss)”라고 했다. 코로나19가 미 경제 상황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전염병을 빨리 통제하지 못하면 작금의 취약한 경제회복세는 더 지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조차 ‘비관론’ 일색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스콧 고틀립 전 국장은 최근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궤도가 변하지 않으면 연말까지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3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간단한 방역수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그렇다 보니 미국의 경제 회복세는 다시 주춤하고 있다. 실물경제 3분의 2를 담당하고 있는 소비가 가장 큰 문제다. 시장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2.6으로, 6월의 98.3에서 떨어졌다. 5~6월 반등했다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선 셈이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전통적 고용지표인 실업수당 청구자 수가 최근 2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분기 마이너스(-) 32.9%(연율)로 집계된 미국의 성장률이 3분기 반등을 보이겠지만, V자 형태의 극적인 모습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그레고리 다코 미국 경제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 회복의 토대에 균열이 가고 있다”며 “코로나 관련 보건 위기 상황에 미숙하게 대처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손성원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도 “경제가 2분기에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전망도 매우 좋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관점에서 미국인들이 그다지 잘 행동하지 못하고 감염률도 매우 높아 경제성장의 견인력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정치적 활용’ 말아야

굴스비는 코로나19 사태 해결법으로 ‘정치적 고려’의 완전한 배제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만을 바라보고 조급하게 경제 정상화에 채찍질을 가하면서 되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계속 정치화한다면 미국 경제는 둘로 갈라질 것”이라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주(州)는 다른 주보다 심각하게 경제성장이 뒤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굴스비는 미국은 여전히 더 많은 인명 및 경제 피해를 보기 전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할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적 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한 통제권을 얻는 데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며 미국의 저력을 믿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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