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첫 ‘조단위 대어’ 파두, 기대에 못 미친 성적...미온적인 시장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는 지난 27일부터 28일 양일간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청약에서 두자릿수에 그친 79.75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증거금은 약 1조9300억원이 모였다. 파두는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시장 기대치 대비 낮은 362.9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파두는 올해 증시에서 상장 출사표를 던진 첫 조단위 대어로, 하반기 IPO 시장의 투심을 가늠할 풍향계로 여겨져 왔다. 연초 이후 중소형 기업들이 기대를 상회하는 상장 성적표를 거두자 IPO 시장이 회복 추세로 돌아섰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은 상태였다. 투자심리 위축에 고전하다 자금조달 창구로 상장을 택한 기업도 적지 않아 상반기 IPO 기업이 총 63개로 최근 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넉넉했던 지난 2021년 상반기(59개사)도 넘어선 수치다.
가격제한폭 기준이 완화된 점도 시장 기대를 더하는 요인이었다. 지난 6월26일부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되는 기업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을 기존 최대 260%에서 최대 400%로 확대하는 규정이 적용됐다. 공모가의 4배까지 가격대가 오를 수 있게 되면서 투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형주인 파두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자 시장 분위기가 소폭 가라앉는 모양새다. 아직 대형주가 거액을 끌어모을 만큼 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반기 중 상장이 예상되는 대어들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산로보틱스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SK에코플랜트, 서울보증보험 등 시가총액 규모가 1조에서 3조 안팎인 대형주들이 하반기 중 상장을 계획해둔 상태다.
첫 조단위 대어는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IPO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 추세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IPO 기관수요예측경쟁률은 1582:1, 일반청약경쟁률은 1676:1을 기록했다. 과거 6 년(지난 2017~2022) 동월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및 일반청약 경쟁률 모두 높게 나타나면서 기관이나 일반 투자자들의 IPO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달 중에도 과거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의 상장 진행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도 “상반기 확정 공모가 수준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지난 해 보다는 투자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모가가 희망 밴드 상단 이상에서 정해진 비중이 약 68%로 지난 해 54% 대에서 대폭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어급 우량 종목이 IPO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도 있다”며 “어느 시점에서는 공모가 밴드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투자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