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벤처] 年 8만명 관람객 '뚝', 데이터에서 '답' 찾다

강경록 기자I 2021.04.16 06:00:00

스포츠투어리즘 선도하는 올리브크리에이티브
국내 최초 체험형 축구 테마파크 '팬타지움' 운영
상암월드컵경장내 기념관, 테마파크로 변화 제안
400평 좁은 공간에 '축구+IT+게임' 체험시설 생겨
코로나 여파로 年 8만명이던 관람객 발길 뚝
슈팅머신 개발 수출 등 신규사업 확장에 속도

풋볼 팬타지움에서 퍼스트터치 VR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 관람객(사진=올리브크리에이티브)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가 경험했던 축구의 선한 영향력을 유소년에게도 전해주고 싶습니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에 환호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은 그 함성과 영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장소다. 이 경기장 한편에 2017년 3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체험형 축구 테마파크 ‘풋볼팬타지움’이 자리하고 있다. 축구와 IT기술, 그리고 게임을 융·복합한 테마파크로, 이곳에서는 전시·체험·교육·놀이를 즐길 수 있다. 문을 연 이후 지난 5년간 약 20만명이 다녀가며 이곳에서 축구를 즐겼다.

풋볼 팬타지움의 운영사는 올리브크리에이티브(이하 ‘올리브’). 풋볼팬타지움을 운영하며 스포츠투어리즘(스포츠+투어)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2017년에는 관광중소기업 모의 크라우드 펀딩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서울시교육청 우수체험처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에서도 당선됐고, 2020년에는 혁신바우처 우수사례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지난 9일 이 회사의 정의석(51·사진) 대표를 만나 풋볼 팬타지움의 성공 원인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정의석 올리브크리에이티브 대표


축구팬의 판타지가 실현되는 공간 ‘풋볼팬타지움’

풋볼 팬타지움이 들어선 자리에는 사실 ‘2002년 한일월드컵 기념관’이 먼저 있었다. 당시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던 이 기념관에 ‘축구와 IT, 그리고 게임’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테마파크를 제안한 것이 정 대표였다. 이에 대한축구협회가 5억원, 올리브크리에이티브가 31억원을 들여 풋볼팬타지움이 들어섰다.

“풋볼팬타지움의 이름에 모든 게 담겨 있습니다. 팬타지움(Fantasium)은 팬(Fan), 판타지(Fantasy). 뮤지엄(Museum), 스타디움(Stadium)을 합성한 말입니다. 팬들이 미래를 꿈꾸는 듯한 환상적인 공간에서 한국 축구의 역사적 산물을 접하면서 다양한 축구 콘텐츠를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정 대표는 400평 규모의 공간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알차게 담았다. 먼저, 축구와 게임을 결합한 체험형 코너인 ‘퍼스트 터치’가 들어섰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페널티킥 막기, 페널티킥 차기, 코너킥 차기, 프리킥 차기, 드리블, 타깃 슈팅 등이다. 여기에 한국축구뿐 아니라 세계축구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게 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인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3D 경기영상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풋볼팬타지움에는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아이템을 풍부하게 담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참여하고 경험하면서 축구의 여러 측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테마파크로서는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미로식으로 만든 것도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풋볼 팬타지움 키즈 아레나에 마련된 미니풋살장에서 체험중인 어린이들(사진=올리브크리에이티브)


대형 상장사 마케팅에서 프로축구 단장까지

정 대표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마케팅 전문가다. 풋볼팬타지움의 운영사인 올리브도 사실 마케팅 전문 회사였다. 2002년 창업 후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CJ, 롯데제과 등 대형 상장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었을 정도로 잘 나가던 회사였다. 그가 축구계에 발을 들인 것은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sia Football Confederation·AFC)의 전 회장인 모하메드 빈 함만의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캠페인에 합류하면서였다.

“함만 회장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 축구의 흐름을 보았습니다. 세계 축구를 경험하면서 더 다양한 축구 산업을 경험하게 되었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2년여의 동행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스포츠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켜보자는 마음으로 한국 축구 산업에 발을 딛게 되었고, 오늘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정 대표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올리브는 스포츠 마케팅과 콘텐츠에 집중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사상 처음으로 만들었던 월드컵 백서(2014 브라질월드컵)의 진행을 맡았고, 축구협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장기 프로젝트인 ‘비전 해트트릭 2033’의 컨설팅을 맡았다. 이후 강원 FC 경영 컨설팅, 고양 HI FC 창단 컨설팅도 올리브크리에이티브에서 수행했다. 이후 정 대표는 2015년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단장까지 맡으며 본격적으로 축구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는 만성적자와 경영난에 빠져있었고, ‘인천 유나이티드 경영진단 및 발전 전략’ 컨설팅을 올리브크리에이티브에서 진행했습니다. 구단주였던 유정복 전 인천시장은 ‘진단과 처방을 했으니 치료도 잘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더군요. 그래서 운영하던 회사를 아내에게 맡기고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결국 단장직을 수락하게 했습니다.”

풋볼 팬타지움에서 퍼스트터치 트리블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 관람객(사진=올리브크리에이티브)


코로나19로 맞은 위기, 다시 기회가 되다

코로나19는 예상치 못한 위기였다. 이전까지 풋볼팬타지움은 큰 인기를 누렸다. 개장 초기인 2017년에는 3만명이 다녀갔고, 이후 2018년 6만명, 2019년에는 8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을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지난해 3월부터 풋볼팬타지움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관람객이 줄면서 매출도 급락했다. 2017년 15억원에서 시작해 2019년 25억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지난해에는 8억원에 그쳤다. 올해는 거의 ‘0’ 수준이다.

정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풋볼팬타지움의 체험시설과 기능을 장소에 구애받지 않은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했다. 풋볼팬타지움 운영을 통해 확보한 IT 기반 콘텐츠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올해 안으로 축구를 즐기는 유소년을 위한 데이터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축구를 즐기는 유소년을 대상으로 역량 지표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ISDA(International Sports Data Alliance) 프로젝트도 론칭할 예정이다. 아울러 혼자서도 축구 훈련을 할 수 있는 슈팅머신 ‘닥터 캐논’을 개발해 특허출원하고 수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마이스터프라이빗에쿼티가 운용하고 모태펀드가 출자한 ‘2020뉴스포츠그로스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 스포츠용품 개발 등 신규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시대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축구를 할 수 있는 유소년과 일반인들이 많아져 축구의 저변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스포츠 산업도 확대되고 규모도 더 커집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스포츠 산업을 이끌어 갈 미래세대도 더 많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코로나19 이전 풋볼팬타지움에서 축구 체험을 하고 있는 관람객(사진=올리브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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