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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편리한데 죄책감 드는 쿠팡 로켓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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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I 2020.07.21 05:20:00

6개 상품 주문하니 6개 상자에 배달
빠른 배송 위해 개별 포장하기 때문
재활용보다 쓰레기 자체 줄이는 노력 필요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쿠팡이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하고 생각하는 사람 중 1인이다. 바로 다음날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이 새벽배송에 이어 당일배송까지 발전하면서 쿠팡이 주는 편리함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언택트 소비가 가능하게 해 준 쿠팡맨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 죄책감이 날이 갈수록 커진다. 현관 한편에 쌓아둔 종이박스 때문이다. 며칠 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쿠팡을 통해 식품을 주문했다. 다음날 집에 손님들이 오기로 해서서 밀키트 2개 등 식자재 몇 개를 평소보다 더 주문했다.

자고 일어나니 현관 앞이 가관이었다. 총 6개 상품을 주문했는데 라면박스 크기의 6개 상자에 담겨 배송됐다. 앞집 보기가 민망해 던지다시피 현관문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한참의 분리작업 끝에 밀키트 2개, 라면 5개들이 멀티팩 2개, 청양고추 1개, 땅콩 1봉지를 꺼냈고, 6개의 종이박스와 8개의 아이스팩, 4개의 은박 보냉팩이 허물처럼 남았다. 포장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 라면 5개들이 멀티팩이 따로 2개 박스에 왔다. 라면을 2종류로 주문한 것이 후회됐다.

쿠팡의 과대포장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는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이 편리함을 앞세우면서 과대포장에 대한 개선은 너무나 소극적이다. 물론 스티로폼 포장 소재는 줄었고 종이박스로 대체됐으며, 아이스팩은 내용물이 물을 얼려서 쓰는 친환경으로 바뀌었지만 딱 거기까지다. 재활용이 안되는 쓰레기를 재활용 되는 소재로 개선할 뿐 쓰레기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 재활용 쓰레기도 쓰레기인데 말이다.

배송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쓰레기의 양은 편리함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새벽배송·당일배송을 하기 위해 쿠팡은 물건을 단위별로 따로 포장한다. 한 상자에 여러가지 물품을 담을 수 있지만 따로 담아놔야 주문 후 바로 대응해 배송할 수 있다. 다양한 크기의 박스보다는 큰 박스로 규격을 통일하는 게 물류 처리 시간을 단축하는데 유리하다.

그래서 6개의 상품을 주문하니 6개의 대형 박스가 배달되는 결과가 나왔다.

식품·유통업계에 친환경이 화두다. 비닐·플라스틱 재포장을 줄이기 위해 관련 규정을 만들기로 하고 정부와 업계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시행 시기를 두고 논란도 있었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은품을 붙이기 위해 손바닥만 한 봉투 하나를 덧댄 것보다 6개 상품이 6개 박스에 담겨오는 문제가 더 급해 보인다. 쓰레기가 종이인지 비닐인지도 중요하지만 넘쳐나는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물건이 당일이나 다음날 새벽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종이박스를 6개가 아닌 3개로 줄여준다면 조금의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을 것 같다. 소비자들에게 선택하게 하고 그에 따라 포장 방법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6개의 종이박스는 테이프를 떼고 접었지만 상당한 부피로 사흘째 현관에서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요일까지 앞으로 이틀 남았다. 물티슈가 똑 떨어졌는데 평소 같으면 쿠팡으로 주문했을 것을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근처 동네 슈퍼로 사러갔다. 양심상 더는 쓰레기를 늘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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