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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급한 때에…" 드라기 불통에 ECB `자중지란`

이정훈 기자I 2014.11.05 07:35:48

드라기 비밀스런 업무처리-독단적 소통 등 `도마위`
유로존 중앙은행 관료들, 문제 제기할듯..자중지란 우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일방통행식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물가까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으로부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을 구해야할 급박한 시기에 ECB가 자중지란에 빠질까 우려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은 ECB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 ECB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 관료들이 드라기 총재의 비공개적인 업무 스타일과 변덕스러운 의사소통 방식 등에 대해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그에게 소통과 합의를 통한 정책 결정 등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6일 통화정책회의를 하루 앞둔 5일 밤 드라기 총재는 ECB 정책위원들과 비공식 업무 만찬자리를 가질 예정인데, 이들 관료들은 이 자리에서 이같은 우려를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로존 통화정책회의를 구성하는 24명의 위원들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 출신은 과반수 이상을 점하고 있어 이들이 의견을 모을 경우 드라기 총재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ECB 내부에서 드라기 총재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가 정책위원들과의 약속을 어긴 일이었다.

당시 ECB 통화정책회의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본드를 매입하는 부분적인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구체적인 매입 규모 등을 절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ABS와 커버드본드 매입이 ECB의 대차대조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우리 대차대조표 규모를 2012년 수준으로 되돌려 놓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ECB 대차대조표 자산은 지금보다 1조유로 더 많았는데, 결국 드라기 총재 스스로 추가 자산매입 규모가 1조유로 수준이라고 시인한 셈이었다.

한 ECB 내부 관계자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으로 인해 우리가 피하고자 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며 “이후부터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것은 자산 1조유로 매입을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 장-끌로드 트리셰 전 총재 후임으로 드라기가 부임할 당시에는 딱딱하지 않고 유연한 그의 스타일이 호평받은 바 있다. 드라기 총재는 회의를 짧게 가졌고 브레인스토밍식 회의 방식으로 보수적인 ECB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인해 ECB가 통화부양조치를 강화하고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부양조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되면서 이탈리아 출신인 드라기 총재가 핵심 실무진까지 배제한 채 일부 측근들과 함께 일방통행식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불만이 커졌다.

한 ECB 관계자는 “드라기 총재는 매우 비밀스럽게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 관료들 조차 ECB 내부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는 일이 허다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차라리 전임인 트리셰 총리가 더 내부 합의를 중요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또다른 관계자는 “드라기 총재가 지난 8월 미국 잭슨홀미팅과 9월 연설에서 유로존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로존 디플레이션 우려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간 공조` 등의 중요 발언이 ECB를 이끌어가는 핵심 요직인 6명의 집행임원들에게도 사전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는 현재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와도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드라기 총재와 만났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직접 둘 사이의 관계 회복을 요구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후 드라기는 바이트만 총재와 지난주 회동을 가졌지만, 정책을 둘러싼 이견 등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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