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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은행 위기설 재점화에 '털썩'…빅테크가 일으킬까

김정남 기자I 2023.04.26 06:15:59

퍼스트리퍼블릭發 은행 위기설
경제지표 부진…침체 우려 커져
빅테크 호실적…투심 살아나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은행권 위기설이 재점화하며 일제히 급락했다. 중소 지역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실제 예금 엑소더스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은행주 전반이 급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은행 위기는 중장기 시계에서 당분간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장 마감 이후 나온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실적이 예상 밖 호조를 보이면서 투심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AFP 제공)


퍼스트리퍼블릭發 은행 위기설

25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02% 할가한 3만3530.83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8% 내린 4071.63을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98% 떨어진 1만1799.16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2.40% 내린 1745.95에 마감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약세 압력이 강했다. 전날 장 마감 직후 나온 퍼스트리퍼블릭의 실적이 ‘어닝 쇼크’ 수준이었던 탓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총예금이 1044억7400만달러(약 139조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1764억3700달러) 대비 40.79% 급감한 수치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았는데, 실제 월가 예상보다 돈이 훨씬 많이 빠져나간 셈이다.

특히 이번 수치가 대형 은행들의 예치 금액(300억달러)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았다. 현재 총예금에서 300억달러를 빼면(744억7400만달러), 57.79%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질적으로는 한 분기 만에 1000억달러 이상 급감하는 ‘엑소더스’가 발생한 것이다.

CNBC는 “투자자들은 퍼스트리퍼블릭이 40% 이상 예금이 빠져나간 후 어떻게 안정화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고 전했다.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의 자산 일부를 매입하는 식으로 은행권 안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여러 은행들이 지분을 사들일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9.37% 급락한 8.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최저치다. 올해 들어서는 93% 이상 빠졌다.

이에 JP모건체이스(-2.17%), 뱅크오브아메리카(BoA·-3.09%), 씨티그룹(-2.30%), 웰스파고(-2.17%) 등 미국 4대 은행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고, 이는 3대 지수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한때 위기설이 돌았던 또 다른 회사인 찰스슈왑의 경우 3.93% 급락했다. 또 다른 중소 은행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5.58%), 팩웨스트 뱅코프(-8.92%) 역시 주가가 폭락했다.

B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퍼스트리퍼블릭 이후 시장 영향은) 이번 어닝 시즌 이후 처음 시장이 실적에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1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예상을 웃돌고 연간 가이던스까지 상향 조정했음에도 주가는 4.02% 떨어졌다. 배터리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를 단종하기로 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 모델은 한때 테슬라 모델3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판매는 저조했고, 급기야 배터리 결함 문제까지 불거졌다. 세계적인 물류업체 UPS는 연간 가이던스를 하향하면서 주가는 9.99% 하락했다. 물류업체의 부진한 실적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경제지표 부진…침체 우려 커져

실제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이번달 소비자신뢰지수는 101.3으로 전월(104.0) 대비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월가 예상치(104.0) 역시 밑돌았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이번달 기대지수는 한달 만에 74.0에서 68.1로 급락해 눈길을 끌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전략가는 “기업 실적은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 전망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이번달 서비스업 지수는 -16.2를 기록했다. 전월(-0.1)과 비교해 큰 폭 하락했다.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은 큰 폭 강세(채권금리 하락)를 보였다.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903%까지 내렸다. 전거래일 대비 24bp(1bp=0.01%포인트)가량 급락한 수치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379%까지 내렸다. 14bp 안팎 떨어졌다.

미국 부채 한도 협상 역시 조금씩 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이날 “공화당의 부채 한도 관련 예산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내년 3월 31일까지 1조5000억달러 높이는 대신 내년 연방정부 예산을 1300억달러 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여야가 부채 한도 협상에 실패할 경우 미국은 이르면 7월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빅테크 호실적…투심 살아나나

다만 장 마감 직후 MS와 알파벳은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공개하면서 그 여파에 관심이 모아진다. 은행 위기와 경기 침체로 우울한 시장을 반등 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MS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2.45달러의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23달러)를 상회했다. 매출액은 528억6000만달러로 월가 전망치(510억2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애저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포함하는 MS의 지능형 클라우드 비즈니스 부문 실적은 전망치를 상회했다. 알파벳은 1분기 1.17달러의 EPS를 거뒀다. 매출액은 697억9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689억달러)를 상회했다.

이에 두 회사의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MS와 알파벳의 주가는 이날 오후 5시7분 현재 시간외 거래에서 4.82%, 4.09% 각각 오르고 있다. 정규장에서는 각각 2.25%, 2.00% 떨어졌는데, 호실적을 등에 업고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혼조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05% 상승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56% 내렸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27%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15% 내린 배럴당 77.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달 31일 이후 최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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