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대의 꿈'…초음속 항공기 수출국 주목받는 한국[김관용의 軍界一學]

김관용 기자I 2022.08.06 10:08:22

FA-50, 폴란드 48대 수출 성공…첫 유럽 진출
미국 및 이집트 경전투기 시장 공략 가속화
韓 항공산업, 세계 경전투기 시장 37% 점유 도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폴란드 국방부는 지난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한화디펜스와 FA-50 경(輕)전투기, K2 전차, K9 자주포 등 한국산 무기 3종을 구매하기 위한 기본 계약(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했습니다. 기본 계약은 수출 대상 장비와 규모를 합의하는 포괄적인 협약의 성격입니다. 본 계약 체결을 위한 폴란드의 무기구매법에 따른 것입니다. 곧 정식 계약이 체결될 예정입니다.

도입 규모는 FA-50 48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72문 등입니다. 한국 방위산업 수출 사상 최대입니다. 우선 물량인 FA-50 48대,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50여문 계약 규모는 10조원대, 현지생산 등을 포함한 사업 규모는 총 25조원대로 추산됩니다. 이번 수출은 국산 주력 전차의 첫 수출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특히 국산 항공기의 첫 유럽 진출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습니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FA-50 경전투기가 임무수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사진=공군)
공군창군 50년, T-50 탄생

우리나라는 KT-1 기본훈련기 개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1990년대 들어 고등훈련기(KTX-2)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프랑스 및 독일의 ‘알파젯’ 고등훈련기와 영국의 ‘호크’기를 분석해 우리의 고등훈련기 모델을 정립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F-16이 선정되면서, 기술도입생산의 절충교역을 활용해 고등훈련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전략이 수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과 삼성항공, 대한항공, 대우중공업, 금속정밀 등 업체 관계자들이 F-16 생산업체인 미국 록히드마틴에 파견돼 3년여 만에 고등훈련기 기본 설계를 완성했습니다.

이후 체계개발 단계에서 사업추진 방식이 업체 주도 방식으로 변경됩니다. 공군사업단이 개발 사업을 주관하고 삼성항공(현 KAI)과 록히드마틴이 협력하는 국제공동개발로 진행된 것입니다. 총 개발비 2조여 원 중 우리 정부가 70%, KAI 17%, 록히드마틴이 13%의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10여년을 투자해 개발에 성공한 고등훈련기 양산 1호기는 2005년부터 공군에 전력화 됐습니다. 이 훈련기의 이름이 T-50으로 정해졌는데, 공군 창군 50년에 따른 것입니다.

T-50, 다양한 항공기로 파생

T-50은 여러 파생형으로도 개발됐습니다. TA-50, T-50B, FA-50 등입니다. TA-50은 전환훈련기입니다. 공대공 미사일 등의 무장이 가능해 고등훈련을 마친 조종사들의 전술입문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T-50B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용 항공기로 기존 T-50에 기동성능 등을 개량한 것입니다. FA-50은 각종 무장 뿐만 아니라 레이더와 레이더 조준 경보장치(RWR), 레이더 유도 미사일 교란 장치 등을 탑재해 전투 임무가 가능한 항공기입니다.

지난 달 27일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이 한국 무기체계 계약 체결 이후 FA-50 경전투기를 납품할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와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공동취재단)
이같은 T-50 계열 항공기는 지금까지 한국 공군 납품 144대, 해외 수출 64대 등 총 208대가 생산됐습니다. 한국 공군에 20대, 인도네시아 6대 및 태국 2대 수출 등 28대의 추가물량이 있어 총 236대의 양산 실적을 갖게 됩니다. 이에 더해 폴란드 48대 수출이 성사돼 총 284대가 이미 생산됐거나 생산될 예정입니다.


두 번의 수출 도전서 내리 ‘패배’

T-50 계열 항공기 수출의 역사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구매 의사를 타진해 온데 따른 것입니다. 당시 협상 규모는 48대, 10억 유로 어치였습니다. 하지만 2009년 최종 수주전에서 이탈리아의 M346 고등훈련기에 고배를 마십니다. 성능면에서는 T-50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실제로 T-50은 최고속도 마하 1.5를 자랑하는 초음속 훈련기인데 반해 M346은 아음속 항공기입니다. T-50이 F414-GE-400 단발 엔진 항공기임에도 두개의 엔진을 단 M346 대비 엔진 출력이 40% 가량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패배 요인은 UAE와의 산업협력 부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항공부문 산업협력 뿐만 아니라 포뮬러1(F1) 경기장 건설을 제시해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F1 경기장 건설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탈리아 알레니아 아에르마키가 생산한 M-346 고등훈련기 (사진=AFPBBNews)
T-50은 이후 싱가포르 수출 경쟁에서도 M346에 졌습니다. 2008년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제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를 계기로 테오 치 힌 싱가포르 국방장관을 만나 방산협력 방안을 논의한 이후 2009년 공군참모총장도 싱가포르를 찾아 조종사 수탁교육과 후속 군수지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T-50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게다가 록히드마틴은 2010년 T-50 가격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GE사의 엔진 가격을 대폭 낮춤으로써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T-50 수출 지원을 위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특별히 싱가포르를 초청국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수출 성사 분위기가 고조된데 따른 것이었지만, 결국 이탈리아의 M346에 또 고배를 마신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이어 이라크·필리핀 수출 성공

이후 우리 T-50은 세 번째 수출 도전에서 드디어 성공합니다. 2011년 총 16대 4억 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수출 계약에 최종 서명하면서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수출에 성공한 T-50은 연이어 이라크와 필리핀 사업에서도 승리합니다. 특히 이라크와 필리핀 수출 모델은 FA-50형 이었습니다. 이라크의 경우 F-16 전투기를 도입하려 했는데, 조종사 양성에 적합하면서도 유사시 제한적인 공격임무까지 가능한 훈련기가 필요했습니다. 영국 호크기와 러시아 야크-130, 체코 L-159 등을 따돌린 이유입니다.

필리핀에서도 역시 이들 항공기와 경쟁했지만 T-50은 우수성과 안정성, 운용경제성, 조종사 훈련 지원 등의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최종 낙점됐습니다. 수출 규모는 12대, 4억 2000만 달러였습니다.

세계 경전투기 시장, 37% 점유율 도전

공군과 방위사업청, KAI 등 ‘국산 항공기 수출지원팀’은 이번 폴란드 수출 계약을 발판 삼아 1000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폴란드 뿐만 아니라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핀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등 유럽 지역에서 50여대의 추가 수요가 있고, 미국,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수출할 수 있는 시장이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이를 위해 KAI는 지난 6월 록히드마틴과 협약(Teaming Agreement)을 맺고 공동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4~2025년 미국 시장에도 도전할 예정입니다. 280여 대 규모인 미 공군 전술훈련기 사업과 220대를 도입하는 미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사업이 대상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에 참여했던 지난 2016년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도날슨 센터 공항에서 당시 제안 항공기였던 T-50A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게다가 FA-50은 말레이시아 수출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으로 아시아 시장에서만 180여대 추가 수요가 예상됩니다. 콜롬비아 등과도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남미 지역 6개국 90여대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여기에 이집트 등 6개국 150여대 수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FA-50 1000대 수출이 성공하면, 2800여대의 전 세계 경전투기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시장 점유율은 37%에 달합니다. 단순 액수로만 따져봐도 37조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KAI는 현지에 맞는 FA-50 모델을 따로 개발해 적극 세일즈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유럽형에는 공중급유장치와 정밀타격 유도장치, 최신 항공전자장비 등을 탑재해 폴란드에 우선 수출될 예정입니다. 이집트 등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이집트 항공업체와 협력해 FA-50의 아프리카 스탠다드 버전도 만들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영상 뉴스

더보기

오늘의 포토

더보기

오늘의 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