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의 깜짝 주역으로 발탁된 선화예고 2학년 김수민(17)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건 아니지만요.” 수줍은 웃음 속에 생애 첫 주역 무대를 앞둔 긴장과 당돌함이 함께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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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부터 취미로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김수민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유니버설발레단 전 수석무용수 강예나의 은퇴공연 ‘오네긴’과 ‘호두까기 인형’을 본 뒤 발레리나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유니버설발레단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2016년 12월 유니버설발레단 주니어컴퍼니에 합류해 ‘호두까기 인형’의 어린 클라라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돈키호테’의 키트리 역에 캐스팅된 것은 어릴 적부터 김수민을 눈여겨본 문훈숙 단장과 유병헌 예술감독의 과감한 결심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발레단 아카데미에서 공연을 했는데 실수를 했어요. 그런데 단장님께서 혼내지 않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죠. 그 이후에도 단장님, 예술감독님을 뵐 때마다 응원을 해주셨는데…. 이번 ‘돈키호테’에서도 예술감독님이 저를 믿고 키트리 역을 맡겨보겠다고 하셔서 굉장히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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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에게는 정교하고 화려한 테크닉을 총망라해 쉽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키트리 역의 무용수는 제자리에서 32회전을 도는 ‘푸에테’를 소화해야 해 부담이 크다. 김수민은 “파트너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며 “파트너인 간토지 오콤비얀바 선생님이 편안하게 잘 맞춰줘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 간의 로맨스를 연기해야 하는 것도 김수민에게는 큰 과제다. 고백은 받아본 적 있지만 아직 연애는 해보지 않았다는 김수민은 “‘밀당’도 해야 하고 사랑도 하다 삐치고 싸우기까지 해야 하는데 아직도 감정 표현은 쑥스럽다”며 “그래도 키트리 덕분에 ‘밀당’도 한번쯤 해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김수민은 롤모델로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알리나 코조카루를 꼽았다. “크지 않은 키에도 상체를 예쁘게 컨트롤하고, 감정 표현도 섬세해서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은 자신을 발레리나의 길로 이끌어준 ‘오네긴’이다. “마지막 장면이 정말 소름 돋잖아요. ‘오네긴’처럼 여운을 남기는 발레리나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