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의 이슈Law]암호화폐 양성화 규제가 필요한 때

이정훈 기자I 2021.04.30 06:10:00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암호화폐 투자냐, 투기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6000만원대로 폭락했다고 하지만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여전히 10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493조원)의 두 배를 훨씬 넘는 수치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500조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우리 예산을 모두 쏟아 붓는다고 하더라도 비트코인을 모두 매수할 수는 없다. 비트코인의 암호화폐 시장 점유율이 2021년 4월 현재 약 51% 정도이므로, 암호화폐 시장 전체로 보면 그 시가총액은 2000조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으며, 최근에도 “암호화폐는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 기능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역시 지난 4월16일 “가상자산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가 없고,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라며 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 실체를 부정하려고 해도 암호화폐가 재산적 가치가 있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내재가치가 있든 없든, 가상자산 가치를 누가 담보를 하든 하지 않든 간에 1비트코인은 수천만원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암호화폐시장 시가총액은 수천조원에 이르고 있다. 누구도 담보하지 않고 내재가치가 없는 비트코인에 일론 머스크는 15억달러를 던졌다. 그리고 누구도 담보하지 않고 내재가치가 없는 비트코인으로 우리 소비자들은 테슬라를 구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지난 2018년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 보아야 하고 이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문에 분명히 기재한 바 있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그 실체를 부정하면서 동시에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대해 특별단속 한다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다. 단속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암호화폐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법 규제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특별단속의 내용을 보더라도 암호화폐, 코인을 이용한 다단계, 투자 사기 등 불법행위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그런데 이는 사후약방문에 가깝다. 피해자가 양산된 이후에 비로소 형사적으로 문제 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일반 국민,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법과 제도, 규제 마련은 요원하다.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 ICO를 전면금지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정작 ICO를 직접적으로 금지할만한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해외에 SPC를 세워 코인을 발행하는 형국이니, 과연 ICO 금지방침이 실효성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른바 특금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이른바 거래소 신고제)가 도입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자금세탁 방지에만 초점에 맞춰져 있을 뿐, 사실상 투자자 보호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 상장 절차나 기준에 대한 규제는 물론이거니와 주식시장에서는 엄단하고 있는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등을 마땅히 제어할만한 법적 장치가 없다. 각종 공시 관련 정보들로 장난을 치더라도 그 공시 내용이 허위여서 사기에 해당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이를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로 인해 일반 국민과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암호화폐를 나쁘게 볼 필요도 없고 좋게 볼 이유도 없다. 제대로 된 사업을 해보려고 ICO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게 과연 잘못된 행위일까. 전 세계로부터 신속 편리하게 대량의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순기능도 분명 가지고 있다. ICO를 빙자해 대량의 자금을 편취하려는 사람이 나쁠 뿐 ICO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절차나 방법 등을 제한해 순기능을 강화하고 역기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내년부터 세금이 부과된다. 누구나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자산 거래로 차익을 얻었다면 기타소득세로 20%를 납부해야 한다. 세금을 걷는 만큼 책무도 뒤따른다. 암호화폐 시장을 애써 무시하고 방치하면서 사후에 터지는 각종 범죄만 단속할 것이 아니라 사전적 예방적 규제, 소위 양성화 규제를 통해 시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국민과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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