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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이라니…옆동네처럼 우리도 재개발 할래요"

신수정 기자I 2021.04.19 06:40:00

[무용지물 도시재생]③도시재생 거부 본동
130억원 예산으로 저층주거지 재생 그쳐
기반시설 열악해 리모델링도 소용없어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말이 좋아 도시재생이지, 이런 낡은 집에 누가 들어오나요. 옆동네는 재개발로 새아파트가 들어선다는데 우리는 안된대요”(동작구 본동에 30년째 거주 중인 주민 박 모씨)

경사 높은 언덕을 따라 차량 두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이 나 있다. 키가 작은 낡은 집들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다. 대부분 단독주택인데다 지은지 오래된 탓에 벽은 갈라지고 세월의 흔적을 담은 시멘트 계단은 곳곳이 부서져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중인 서울 동작구 본동. (사진=신수정 기자)
14일 찾은 서울 동작구 본동 일원(37.527㎡)은 2019년 하반기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지정됐다. 우리동네 살리기 유형의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 중인 동작구는 ‘한강과 역사를 품은 River Hill, 본동’을 비전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본동 △편안하고 거주하고 싶은 생활환경을 가진 본동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본동 등 3대 목표를 수립했다.

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변화는 미미하다. 서울시 최초의 한강변 구릉지형 저층주거지 재생모델을 목표로 한 탓에 후미진 골목과 계단형 통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낡은 주거지에는 나이든 어르신만이 남았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도시재생 협의체를 작년 4월부터 모집했지만, 거주자 대부분이 초고령인데다 300여명에 불과해 생활권자들도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지금의 도시재생사업에 불만족한다는 의견이 컸다. 인근 공원에서 만난 주민 신 모씨는 “인근 흑성동에는 재개발로 도로도 넓히고 집도 새로 짓는다고 하는데, 이 동네에 남은 건 낡은 집 밖에 없다”며 “도시재생에 동의한 주민들은 몇몇에 불과했는데 이 사업을 누가 끌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노들역 인근 공인중개소에서 만난 주민 박 씨는 “동작 실버타운 건축할 때 재개발을 해준다고 약속해줬었다”며 “재개발이 절실한 곳에 도시재생사업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하니 속이 탄다”고 토로했다.

도시재생사업 취소 요청서도 구청에 재출됐다. 도시재생사업이 주민들의 편의 개선과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어 인근 공공재개발과 묶어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동작구 본동은 도시재생과 공공재개발이 함께 진행중이다. 용산에서 노량진을 바라봤을 때 노량진 교회 왼쪽으로는 본동 도시재생, 오른쪽은 본동 공공재개발로 나뉘었다.

이정재 동작구 본동 도시재생 반대위원회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의 공청회는 물론 진행상황 역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편이 개선되는 사업이 아니어서 취소돼야 하는데다 인근 동작구 본동 공공재개발과 함께 진행되지 않으면 개발이 불가능해 구청에 의견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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