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번다니 주식 기웃…`야망꾼`이지만 손실은 못 견뎌

고준혁 기자I 2020.10.14 00:11:00

[2030 주식투자생활]
10명 중 6~7명 투자, 투자 경험 1년 미만
목표수익률은 높지만 원금 손실은 질색
빚투 비율 낮아.."안 하는 것 아니고 못하는 거?"
전문가 "올해는 10년에 한 번 오는 강세장..기본값 아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건축업에 종사하는 서른 살 이 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식 얘기만 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본인만 빼고 직장 내 부서원 모두가 주식 투자를 했던 터라 주워듣는 얘기는 많았지만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는지 끼어들 수가 없었다. 트렌드에 뒤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7월에서야 뒤늦게 처음 주식 계좌를 열었다. 이 씨는 과감하게 나스닥100 지수 움직임을 3배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TQQQ)’를 샀다. 뒤늦게 합류한 만큼 마음이 급했던 터라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원금이 줄어드는 것을 보며 눈물을 머금고 손절매 중이다. 그나마 투자금이 한 두 달치 월급에 불과해 손실 규모가 작다는 점이 위로라면 위로다.

동학 개미의 주역인 2030세대 신규 투자자들은 주식에 대한 야망은 크지만, 주식 투자로 인해 원금이 까이는 것에는 누구보다 민감했다. 저금리에 월급만으로 자산을 축적하기엔 한계가 있고 주식으로 너도나도 돈을 벌었다고 하니 주식 계좌를 트고 시장에 진입하긴 했으나 4050세대에 비해 투자 경력이 짧다보니 아직은 주식의 쓴 맛을 덜봤단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주식에 첫 발을 내딘 만큼 충분한 학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빚을 내 투자’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란 점이다. 동학 개미의 ‘빚투’가 우려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적어도 이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셈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오른다’면 비트코인도, 해외주식도 기웃

12일 이데일리가 사람인에 의뢰, 직장인 1535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5~8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 10명 중 6~7명이 주식 투자 경험이 1년 이하에 불과했으나 주식을 통한 꿈과 희망은 컸다.

10명 중 6명(60.1%)이 연간 목표수익률로 10~20%를 원해 4050세대(62.8%)와 기대치가 같았으나 60~90% 수익률, 100% 이상의 수익률을 바라는 응답 비율은 각각 6.0%, 3.4%로 4050세대(4.4%, 2.4%)보다 높았다.

이들은 4050세대의 절반 가량(49.1%)이 3년 이상 주식 투자 경험을 가졌던 것에 비해서 주식 투자 이력이 짧으나 비트코인, 해외주식 등 그동안 오른다 싶은 자산에 대해선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경험이 있다. 비트코인 투자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2030세대(14.9%)는 4050세대(7.0%)의 두 배의 비율을 보였다. 해외주식 역시 응답비율이 2030세대 20.3%, 4050세대 9.9%로 차이가 났다.


‘오른다’는 자산에 적극적이지만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자산에는 반드시 고위험이 따른다는 투자 원칙에 대한 이해도는 낮았다. 주식 투자로 원금 손실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는 질문에 2030세대의 30.2%가 ‘무조건 원금보장’을 선택했다.

고수익과 저위험을 동시에 원하는 모습은 투자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의 강세장은 10년에 한 번 오는 예외적인 시장으로 이걸 기본값으로 생각하고 투자해선 곤란하다”며 “크게 보면 코스피 시장은 금융위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을 제외하면 재미없는 횡보장을 보였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하기 좋은 시절은 결코 없고 리스크는 늘 있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로또 같은 상품에만 매달린다” VS “주식 투자 꿈은 못 버린다”

주식 투자 경험이 짧은 상황에서 ‘빚투’ 비율이 낮은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주식 투자금을 ‘마이너스 통장 등 대출로 확보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1%에 불과했다. 4050세대의 응답 비율이 14.0%인 것과 비교하면 대부분이 여유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세대간 여유 자금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세 미만(세대주 기반), 30대의 2018년 연간 소득은 각각 3720만원, 5982만원인 반면 40대, 50대는 각각 7425만원, 7407만원에 달했다. 최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터라 2030세대의 주식 투자금은 적을 수밖에 없다. 절반 이상(52.1%)의 응답자가 투자금이 500만원도 안 된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이 2000만원 미만에서만 주식에 투자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도 힘들고, 그 바늘구멍을 통과했다고 해도 부자가 되긴 어렵다. 주식을 하려고 해도 자금이 제한돼 로또 같은 상품에만 매달리는 것”이라며 “전세금 2억~3억원을 마련하기도 빠듯한데 주식투자 대출을 어떻게 하겠나. 신용융자대출을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걸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2030세대의 주식투자 붐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장은 구하기 어렵고 부동산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니 큰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이익을 보려는 청년층이 늘어난 것 같다”며 “청년 주식투자가 나쁜 건 아닌데,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적으로 좋은 신호는 아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저금리는 계속될 것이고 월급만으론 부자되기 어려우니 2030세대는 ‘주식 투자’에 대한 꿈을 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3월 폭락장에 처음 주식시장에 진입했다는 30대 투자자는 “4월 매수한 주식이 오르면서 이익을 본 상태이지만 처음 코로나 진단키트에 잘못 진입했다가 몇 번 손절하면서 200만~300만원 손실을 보기도 했다”며 “싼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게 답인 거 같은데 매일 들여다 볼 수도 없어 변동성이 심한 바이오주는 쳐다도 안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은퇴연구소 한 관계자는 “(지금의 주식 투자 열풍이) 한 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수익과 장기적인 자산 축적을 위한 건전한 투자 문화로 이어지도록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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