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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가는 AI·빅데이터]디지털 뉴딜 업고 '증시 센터' 노린다

권효중 기자I 2020.08.06 00:02:00

'디지털 뉴딜'에만 58조 규모 투자…'빅데이터·AI 박차'
네이버, 카카오 등 '언택트' 강세와도 맞물려
10년, 20년 전에는 없었던 종목들…판도 변화 가속화
코스닥 상장도 줄이어…'고밸류' 논란에도 변화는 계속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반도체→언택트→AI·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주도주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증시에서는 AI와 빅데이터 업종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더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뉴딜’이라는 판까지 깔아줬기 때문이다.

현재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종목들뿐만이 아니라 코스닥 시장에서도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으면서 향후 시장을 이끌 주도주 역시 디지털 뉴딜에 힘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증시 판도도 변화… ‘디지털 뉴딜’ 거세지나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58조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를 ‘디지털 뉴딜’ 부문에 시행, 33만여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각종 데이터를 축적해 결합, 가공할 수 있는 ‘디지털 댐’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게끔 한다는 정책이 포함된 만큼 빅데이터와 이를 활용하는 AI 등 영역에서의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카카오(035720)와 더불어 ‘언택트 투톱’으로 분류되는 네이버(NAVER(035420))는 지난달 10일에 이어 이달 3일, 4일 이틀 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시가총액을 제치며 3위에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의 부각에 따라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며 4개월간 77%가 넘게 올랐다.

최근 네이버는 단순한 포털 사이트를 넘어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뉴딜’에 따른 변화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유럽의 인공지능 연구소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하고, 2019년에는 홍콩과학기술대학교와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이전부터 관련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까지 자회사 라인은 AI 인재를 200명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디지털, AI 기업들의 강세는 최근 흐름이다. 실제로 과거 증시에서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들여다보면 AI, 빅데이터는 물론이고 IT 관련 기업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연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005930)와 더불어 현대차(005380), POSCO(005490), 현대중공업, 기아차(000270) 등 자동차와 중공업, 신한지주(055550), 삼성생명(032830) 등 금융 업종들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로부터 20년 전인 2000년대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전자(005930)가 20년 전에도 현재와 같은 대장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외 상위종목에는 ‘한국통신공사’(KT(030200)), 한국전력(015760), ‘담배인삼공사’(KT&G(033780)) 등과 자동차 관련 종목들만이 눈에 띈다.

◇ ‘고밸류’ 논란에도 이어지는 상장…“판도는 바뀔 것”

기존에 상장돼 있던 종목들뿐만이 아니라 코스닥 시장 등에서도 AI, 빅데이터 관련 종목들에는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독창적인 사업 모델을 갖춘 기업들의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 도입된 ‘사업모델 특례 상장’의 1호 자리를 지난해 언어·번역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플리토(300080)가 차지하기도 하면서 이목을 모은 바 있다.

올해에도 머신러닝·빅데이터 전문 업체 위세아이텍(065370)이 상장했으며, 대화형 AI와 빅데이터 증강 분석 등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전문의 솔트룩스(304100) 역시 지난달 증시에 데뷔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 다음소프트, 의료 AI 솔루션 업체 뷰노 등도 기술 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에도 관련 기업들의 신규 등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는 커가는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상장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플리토(300080)는 아직 현재 주가가 공모가(2만60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지난달 상장한 솔트룩스(304100)는 공모가(2만5000원)는 웃돌고 있지만 상장 후 이틀간 30% 가까이 하락을 겪기도 했다.

아직까지 실제 이익이 잡히지 않는 것도 우려로 제기된다. 솔트룩스는 증권신고서에 오는 2022년 추정 순이익을 약 100억원으로 제시했다가 한 차례 수정을 거쳐 약 88억원을 기준으로 공모가액을 산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2500만원에 그치고, 올 1분기 연결 기준 24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고밸류’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이에 실제로 공모가 역시 희망밴드(2만4000~3만원) 하단 수준인 2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회사 측은 “현재 AI 챗봇 등을 실제로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외 협력 기업들을 넓혀가며 이익 실현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산업이 구조적 성장 단계의 초기인 만큼 무조건적인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산업의 등장 초기에는 관련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결국 이익을 내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되는 모습이 나타난다”며 “바이오의 경우에도 무더기 상장 이후 실적을 내는 종목과 그렇지 못하는 종목들이 나뉘는 것처럼 산업의 사이클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하는 흐름은 장기적인 추세로 굳어질 것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예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디지털화는 이미 대세가 됐으며, 코로나19가 그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며 “곧 산업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 체질이 더 빠르게 디지털화될 수 있으며, 한시적 효과가 아닌 연속적인 정책으로서 부양책의 기능 역시 실행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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