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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우 작가 "오래 아끼며 읽고 싶다는 후기, 가장 영광스럽죠"

이윤정 기자I 2020.05.21 00:30:00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원작자
첫 산문집 '밤은 이야기하기…' 펴내
"쓰고 싶은 이야기 솔직하게 들려주고파"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나뭇잎에 한 장씩 쓴 이야기가 누군가의 책갈피에 끼워졌다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도 상관없지 않을까. 이름 모를 굿나잇클럽 회원들에게 무전 같은 일지를 쓴 책방지기처럼, 나 또한 이 책의 글들을 저 너머 어딘가에 있을 독자들에게 전해본다. 편안히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들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지금은 깊은 밤이고,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중)

‘천천히 오래 아끼며 읽고 싶다’, ‘오른손에 남은 페이지보다 왼손으로 넘어간 책장이 많을 때 아쉬워진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칭찬이 있을까.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원작자 이도우 작가의 작품에는 이런 찬사들이 쏟아진다. 그의 문장은 서정적이고 따뜻해서 유독 마니아층이 많다.

드라마 방영과 함께 원작 소설인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고, 누적 판매부수는 20만부를 넘어섰다.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도우 작가는 “독자들에게 영광스러운 평을 들을 때마다 감사하고,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책을 쓰는 동안 힘들었던 것들이 녹아 사라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도우 작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공통점이라면 누구도 스스로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우리 삶이 때때로 혼란스러운 건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사진=스토리스냅 박은지).


◇작은 책방에서 받은 느낌 소설로

2018년 펴낸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이 작가가 ‘잠옷을 입으렴’ 이후 6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해원과 시골 마을에서 작은 서점 굿나잇책방을 운영하는 은섭을 중심으로 한 용서와 치유, 그리고 사랑을 그린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는 배우 박민영과 서강준이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시청률은 기대에 못미쳤지만, 마니아층에게는 호평을 받았다. 이 작가는 “내 인생에서 오랜 화두였던 ‘굿나잇’이란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정서를 담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소설의 집필 배경을 밝혔다.

책방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원작 소설에서는 독립책방과 책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 마치 ‘술키핑’처럼 책을 키핑해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손님들이 들러 자신이 읽다 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은섭의 모습 등이 인상깊다.

“책은 어릴 때부터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나가서 뛰어놀기보다 틀어박혀서 온종일 책을 읽는 타입의 아이였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대형 서점들만 살아남는 시절이 이어지다, 몇 년 전부터 하나 둘씩 독립책방이란 이름으로 작은 동네 서점들이 생겨났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구상하고 쓰는 동안 작은 책방들을 방문하고, 그 속에서 받았던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사적인 이야기 풀어낸 첫 산문집

최근에는 사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은 첫 산문집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를 출간했다.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서정적인 문체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작가가 오래도록 기억해 온 사람, 말, 글, 풍경 등에 대한 세심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아홉 편의 ‘나뭇잎 소설’을 수록해 짧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산문집에는 그간 살아왔던 시간과 경험, 그 속에서 만난 의미와 이미지들이 고스란히 들어갔다. 결코 녹록지 않은 인생에서 내가 조우했던 따뜻했던 순간, 뭉클하고 애틋했던 기억, 지워지지 않는 소중한 이미지들을 굿나잇클럽 사람들에게 조근조근 이야기한다는 느낌으로 써내려갔다. 촛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기꺼이 반갑게 읽어줄 수 있는, 그런 글이 되기를 바랐다.”

차기작으로는 나뭇잎 소설로 잠깐 선보인 ‘책집사’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 작가는 “두세 권 분량의 소설이 될 것 같아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영어덜트 느낌의 청춘들 이야기도 텀을 두고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행복한 작업’이라고 했다. 이 작가는 “언젠가 인생에서 쓸 수 있는 이야기를 다 쓰고 났을 때 독자들이 최종적으로 어떤 평가나 코멘트를 자유롭게 남겨줄 거라 생각한다”며 “그때까지 그저 쓰고 싶은 이야기를 가능한 솔직하고 자유롭게, 즐겁고 편안하게 들려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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