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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에 책 잡혔나?"..쏟아지는 '혹평'

이준기 기자I 2018.07.17 06:37:24

민주 "푸틴, 트럼프 나쁜 정보 갖고 있는지 궁금"
트럼프 X파일 염두에 둔 듯..청문회 추진 예고
공화 서열 1위 라이언도 "러, 동맹국 아냐" 비판
親트럼프 매체들도 비판 가세.."최악의 하루"

사진=연합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이른바 ‘2016년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오히려 두둔하고 나서면서 워싱턴 정가에선 ‘저(低) 자세’ 외교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책을 잡힌 게 아니냐”며 청문회 추진을 예고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러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사법기관과 국방·정보당국에 맞서는 푸틴 대통령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경솔하고 위험하며 허약하다”고 비판하면서 청문회를 열어 미·러 정상회담에 참여한 백악관 안보팀의 증언을 청취할 것을 공화당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위험한 행동에 대해 가능한 유일한 설명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나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많은 미국인은 궁금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러시아가 그에 대해 개인적으로, 재정적으로, 정치적으로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2013년 모스크바 방문 당시 성관계 영상을 러시아 정보당국이 갖고 있다는 이른바 ‘트럼프 X파일’ 의혹이 양 정상의 회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게 민주당의 의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옹호한 것이 이와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만약 러시아가 자신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공개했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관련 질문에 “그 루머는 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모스크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 문제는 다시는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공화당도 혹평 대열에 가세했다. 공화당 서열 1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리 동맹국이 아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윤리적 동등함이 없다. 러시아는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이상에 적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헬싱키 기자회견은 ‘중범죄와 비행’의 문턱을 넘어섰다”며 “반역적인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친(親) 트럼프 매체들도 평소와 달리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폭스비즈니스 진행자인 네일 카부토는 “유감스럽지만 제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그냥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가장 큰 적, 상대국, 경쟁자에게 최소한의 가벼운 비판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폭스뉴스 패널 가이 벤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악의 하루”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오늘 버렸다”고 했다. CNN 앵커 앤더슨 쿠퍼는 “여러분은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으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행동 가운데 하나를 지켜봤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공화 양당에서 강한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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