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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닭과 맥주·탈춤 어우러지니 열흘새 107만명 찾아

박경훈 기자I 2016.10.24 06:00:00

코리아 세일 페스타-안동구시장 쇼핑관광축제 지난 29일부터 열려
안동구시장, 신도시 빨대효과로 인해 위기 맞아
떠나간 발길 되돌리는 것이 관건
자체 행사는 물론 탈춤 페스티벌과 연계해 관광객 유치

[안동=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인구 17만명의 소도시인 경북 안동시의 대표 전통시장인 안동구시장이 ‘2016 코리아 세일 페스타-안동구시장 쇼핑관광축제(이하 축제)’를 맞아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지난 22일 방문한 안동구시장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주보며 길게 늘어선 찜닭 골목이었다. 한 찜닭집에 들어가 직접 먹어보니 서울에서 먹던 맛보다 훨씬 매콤했다. 신현랑 안동 글로벌명품시장 육성사업단(사업단) 연구위원은 “조선시대에는 양반들이 꿩을 이용해 찜을 했다”며 “서민과 대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재료가 닭으로 바뀌었고 맛도 한층 매워졌다”고 설명했다.

안동구시장은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코리아 세일페스타 연계해 문화의 거리에서 가을밤 와인축제를 개최했다. 이 축제는 와인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을 전통시장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안동 글로벌명품시장 육성사업단)
◇과거·현재·미래 공존 공간으로 꾸며

1946년 태동한 안동구시장에 ‘구(舊)’자가 들어간 것은 1964년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서다. 이때부터 이전에 형성된 시장은 구시장, 새로 생긴 시장은 신(新)시장으로 불렸다.

구시장은 1970년대 안동댐 수몰지역 주민들이 인근으로 이주하며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그 시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이촌향도’ 현상으로 안동도 다른 지방 소도시처럼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경북도청이 안동에 자리를 잡으며 신도시가 형성돼 다시 활기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구시장 일대 상권을 신도시가 빨아들여 전통시장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이번 축제에서 구시장이 고민한 부분도 어떻게 사람들의 발길을 되돌리느냐였다. 이번 축제를 기획한 조동천 한국디자인진흥원 안동시장 프로젝트 단장은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안동구시장을 만드는데 가장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안동구시장은 인근 남서상점가와 문화의 거리가 나란히 이어져 있는 구조다. 조 단장은 “구시장은 안동의 ‘과거’, 남서상점가는 ‘현재’ 그리고 문화의 거리는 ‘미래’라는 3가지 콘셉트를 이어 주민과 관광객들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이 축제 배너를 보고 있다. (사진=안동 글로벌명품시장 육성사업단)
◇탈춤 축제와 연계…내외국인 107만 방문

이번 안동구시장 쇼핑관광축제 기간에는 안동지역 대표행사인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도 열렸다. 지난달 30일부터 열흘간 진행된 탈춤 축제는 올해로 20년이 됐다.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5만명을 포함해 107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구시장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대율 사업단 전문위원은 “탈춤 페스티벌 기간 동안 행사장에서 구시장을 거쳐 안동댐이 있는 월영교로 향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했다”며 “탈춤 페스티벌과 겹친 주말에만 15만명이 구시장 일대를 찾아 대성황을 이뤘다”고 전했다.

이번 축제는 풍류 막걸리 축제(6일)·가을밤 와인축제(15일)·안동찜닭과 맥주축제(19일)를 포함한 다양한 세부행사들도 열렸다. 100% 쌀 떡볶이 골목으로 유명한 남서상점가를 필두로 열린 막걸리 축제에는 길거리 음식을 구매하면 안동 회곡 막걸리를 서비스로 줘 큰 호응을 얻었다.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와인 축제에서는 길거리 버스킹, 푸드트럭 등을 함께 준비해 청년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안동구시장 찜닭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 (사진=안동 글로벌명품시장 육성사업단)
축제의 대미인 찜닭축제는 구시장 일대를 발 디딜 틈 없게 만들었다. 이 위원은 “흔히들 치킨하면 맥주를 떠올린다”며 “튀겨진 닭이 아니라 찜닭에 맥주를 조합해보면 어떨까 해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찜닭축제서 만난 한 관광객은 “평일이라 한산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줄 몰랐다”며 “음악과 찜닭, 맥주가 어우러져 흥이 절로 난다”고 소감을 말했다.

시장상인들도 이번 축제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였다. 구시장에서 찜닭집을 운영하는 황순자(59)씨는 “예전에 탈춤축제를 열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곳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며 “올해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시장상인들도 축제분위기가 난다”고 평했다.

구시장은 예상보다 높은 호응에 힘입어 축제기간을 10월 19일에서 31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정훈용 안동구시장 상인회장은 “관광객들이 우리 시장을 많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매해 축제가 열려 우리 상인들도 앞장서 신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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