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루에쉬 볼보건설기계 사장 "포화상태 韓시장, 소선회 굴삭기로 뚫는다"

성문재 기자I 2016.06.13 07:00:00
프레드릭 루에쉬 볼보건설기계코리아 국내영업서비스 사장이 자사의 굴삭기, 휠로더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최근 한국 건설기계 시장은 성숙 혹은 포화 상태다. 게다가 한국 고객은 유상서비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어떤 곳에서도 받을 수 없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제품 측면으로는 소선회 굴삭기에 주력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

글로벌 굴삭기 전문업체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서 국내영업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프레드릭 루에쉬(Frederic Ruesche·45) 사장은 이번 달로 취임 2년을 맞았다.

그는 한국 건설기계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비 올 1분기 시장점유율(판매대수 기준)을 3%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2013~2015년 3년 연속 국내 시장점유율이 21~22%에 정체돼 있던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지난 1분기 20%대 중반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만 놓고 보면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루에쉬 사장이 내세운 올해 전략은 크게 두가지다. 좁은 공간에서도 작업이 가능한 소선회 굴삭기 제품 판매에 집중하는 한편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정비사 양성을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도심지역 전천후 작업 가능한 소선회 굴삭기 집중

소선회 굴삭기 시장은 최근 5년간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한국의 경우 작년 전체 굴삭기 시장의 10%를 소선회 굴삭기가 차지했다. 도심지에서는 대형 굴삭기의 활용이 어렵다. 또 5t급 이하 소형 굴삭기라 하더라도 360도 회전이 가능한 소선회 굴삭기가 작업에 더 유리하다. 소선회 굴삭기는 도로의 간격이 비교적 협소한 도시지역에 특화된 제품이다.

볼보건설기계는 올 하반기부터 3t, 5t, 8t급 소선회 굴삭기 모델을 국내시장에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루에쉬 사장은 “지금까지 아시아 소형 굴삭기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장악해왔다”며 “대형 모델뿐만 아니라 소형에서도 볼보가 강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볼보건설기계는 지난 1995년 프랑스의 소형 굴삭기 전문업체인 펠잡(PelJob)을 인수하면서 소형 굴삭기 분야 역량을 확보했지만 지금까지는 매출 규모가 큰 대형 굴삭기 시장에 주력해왔다.

루에쉬 사장은 “볼보는 경남 창원에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합천에 시험개발센터를 두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유럽에 있는 선진기술과 한국에 거점을 확보한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냄으로써 여러 제품군에서 마켓 리더십을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창원공장은 볼보건설기계그룹 내 글로벌 굴삭기 생산공장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고객 입장에서는 볼보건설기계 장비의 신제품과 신기술을 가장 처음으로 접할 수 있고 회사로서는 국내에서 직접 고객 반응을 접하고 창원공장에서 니즈를 반영해 즉각적으로 신제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차별화된 최상의 서비스 제공이 목표

다만 그에게도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고민이 있었다. 그는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정비나 수리를 하기 어렵다”며 “볼보는 전문 정비사 양성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런 수준의 전문성과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루에쉬 사장이 내린 결론은 볼보의 유상서비스가 더 이롭다는 것을 소비자가 느낄 수 있도록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볼보에게 기계를 믿고 맡기면 더 높은 수익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다”며 “서비스 품질을 최상으로 높여 우리를 찾아올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의 판매전략은 고객 친화적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를 고민한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국내 13개 지역에 직영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고 고객들을 대상으로 매달 창원공장 견학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볼보의 휠로더 신제품 행사와 함께 고객 초청 골프 대회도 개최한 바 있다.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사장

프랑스 출신인 루에쉬 사장은 르노트럭에서 12년간 비즈니스 및 딜러 개발부문 업무를 담당했고 2007년 스웨덴 회사인 볼보건설기계에 합류해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근무했다. 르노트럭에 있던 2002년부터 중국 베이징 근무를 시작으로 아시아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과 음식까지 전반적인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며 “외국인 리더로서 다른 나라에서의 모범 사례를 자산으로 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함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회식문화는 라틴문화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즐겁지만 조직문화는 나이나 직위에 대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기업 문화 내에 격없는 대화, 일과 생활의 균형, 그리고 유연성이 존재할 때 직원들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판단해 볼보그룹의 유연한 문화를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에 있어 ‘우리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했습니다’라는 생각만큼 위험한 사고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외국인 사장으로서 얼마든지 한국 기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과 서로 이름을 부르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돼야 특정 이슈가 있을 때도 거리낌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는 볼보건설기계그룹의 문화이기도 하다. 루에쉬 사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마틴 룬스테드 볼보그룹 회장과의 첫 대면에서도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르며 사업 보고를 했다.

◇선제적 구조조정 마친 볼보건설기계

한국 경제성장률은 2%대로 낮아지고 조선·해운 등 한때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중후장대 산업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인의 시각으로는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루에쉬 사장은 다르게 봤다.

그는 “한국은 경제 부문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로 선진화돼있다”며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대를 보이고 있어 현재 상황을 아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기계는 세계적으로 5~10년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이 사이클을 이룬다”며 “기업이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유연성과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건설기계업계는 지난 2010~2012년 중국의 엄청난 성장세와 미국경제의 회복세로 호황을 누렸고 이 때 많은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확장했다가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볼보건설기계는 앞서 2년 전에 생산량 감축을 시행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준비를 끝냈다. 루에쉬 사장이 굴삭기와 휠로더 등 주력제품을 앞세워 영업에 자신있게 나설 수 있는 이유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보다는 팀 전체를 결승에 이끌어 최종적으로 우승을 이끄는 코치의 역할을 하겠다”며 “열정, 존중과 끊임없는 노력, 즐기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가능한 목표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즐길 때는 즐겨라’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프레드릭 루에쉬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이 올해 영업전략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프레드릭 루에쉬 사장은

프랑스 브르타뉴지방의 작은 마을인 포르닉(Pornic) 출신으로 스케마 비즈니스 스쿨(Skema Business School)을 졸업했다. 르노트럭에서 12년간 비즈니스 및 딜러 개발부문 업무를 담당했고 2007년 볼보건설기계에 합류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볼보의 선도적인 입지를 다지는 역할을 했다. 수영, 사이클, 마라톤 등 철인3종 스포츠를 취미로 즐긴다.

△1999~2002년 르노트럭 수출 매니저(베트남, 파키스탄, 호주) △2002~2007년 르노트럭 중국 판매부문 총괄 △2007~2010년 볼보건설기계 말레이시아 볼보직영딜러 총괄 △2010~2014년5월 볼보건설기계 아시아태평양지역 판매 경영팀 부사장 △2014년6월~현재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영업서비스 및 허브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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