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창작자가 밀고 CJ·카카오가 견인…칸 빛낸 K무비 숨은 주역[칸리포트]

김보영 기자I 2022.05.23 14:08:36
[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올해는 한국의 대형 엔터기업 CJ ENM이 두 개의 경쟁작품과 함께 영화제의 간판에 등극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영국 스크린데일리)

이번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K무비가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 있던 것은 국내 엔터 공룡 기업이 든든한 뒷배가 돼 전세계로 콘텐츠 시장 영역을 확장하고 콘텐츠에 아낌없이 투자한 전략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황금종려상을 겨룰 수 있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과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투자배급사가 CJ ENM이며 이정재 감독의 데뷔작인 ‘헌트’와 ‘브로커’의 제작사(사나이 픽처스, 영화사집)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분 인수 계약을 맺은 자회사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투자배급 CJ ENM. ‘설국열차’(감독 봉준호), ‘박쥐’(감독 박찬욱)을 비롯해 2019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감독 봉준호) 등 칸 영화제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K무비 열풍의 주춧돌이 된 작품들의 공통점이다.

특히 올해 동시에 경쟁 부문에 진출한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성과는 CJ가 다양한 분야 및 해외의 기업들과 손을 잡고 합종연횡 전략을 펼치면서 전 세계로 시장을 확장한 시기와 맞물린다.

최근 KT와 손을 잡고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것은 물론, 지난해 미국의 4대 메이저 종합 미디어로 꼽히는 비아이컴CB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올 초에는 미국의 유명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스튜디오로 도약할 것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올해 콘텐츠 제작비 예산만 8600억원을 편성했다. 2022년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란 증권가의 예상을 뒤집고 CJ ENM은 2026년까지 5조원 이상의 자금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크린데일리는 좋은 콘텐츠를 위한 아낌없는 공격적 투자와 영역 확장이 칸 영화제에서 K무비가 갖는 영향력이 점점 상승하는데 순기능을 제공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경범 CJ ENM 해외사업본부장은 “우린 항상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닌 재능있는 창작자들과 과감한 프로젝트를 만들겠다는 핵심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를 조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의 감독 및 배우들과 협력하는 것은 물론,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의 제작자들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해 이들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도 덧붙였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중국 스타인 탕웨이를 주연으로 내세운 ‘헤어질 결심’, 일본인 감독에 한국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브로커’는 다문화를 지향하는 CJ ENM의 핵심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영화계에도 규모의 정치가 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비결에 CJ ENM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었던 것처럼 영화제에서도 기업의 규모와 파워가 영향을 미친다. 분리할 수 없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자회사인 사나이픽처스가 제작한 ‘헌트’와 영화사집이 제작한 ‘브로커’로 올해 처음 칸에 진출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CJ와 함께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스튜디오로 세계 영화산업에 눈도장을 찍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독창적 창의성과 제작 노하우를 갖춘 산하 제작사들과 작품을 제작하면서 콘텐츠 IP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9일 자정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으로 초청된 ‘헌트’의 프리미어 상영회에선 배급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홍정인 대표와 이정재,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의 한재덕 대표를 비롯해 장세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상콘텐츠 본부장이 레드카펫을 함께 밟은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영화 제작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장세정 영상콘텐츠사업본부장은 “크리에이티브, 작품 기획개발, 제작, 마케팅과 법무 등 콘텐츠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본사와 자회사의 역량이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구축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IP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