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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시대의 상흔, 영화에는 고스란히 남았다

박미애 기자I 2021.11.23 15:15:07

꽃잎'부터 '택시운전사'까지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켜 집권하고, 5.18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하는 등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후퇴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고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불을 당겼다. 당시 민초들의 아픔은 픽션과 논픽션으로 영화에 다양하게 담겼다. ‘꽃잎’(1996) ‘박하사탕’(1999) ‘화려한 휴가’(2007) ‘26년’(2012) ‘택시운전사’(2017) 등이 이를 다룬 작품들이다. 전 전 대통령은 사망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시대의 아픔들은 영화를 통해 역사의 교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꽃잎’(감독 장선우)은 5.18민주화운동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모친을 잃은 충격으로 광인이 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정현이 3000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에 발탁돼 데뷔했다. 이정현이 이 영화로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영화는 최윤의 소설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가 원작으로 이정현 외에도 문성근 추성미 설경구 등이 출연했다.

‘박하사탕’(감독 이창동)은 영호라는 중년 남성의 인생을 되짚는 형식으로 한국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에는 군 복무 중 광주 진압 작전에 투입된 주인공이 오발사고로 한 소녀를 죽음에 이르게 해 괴로워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거장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등이 출연했다.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와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평범한 시민인 택시 기사의 눈에 비친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담는데 각각 685만명, 121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화려한 휴가’에 김상경이, ‘택시운전사’에 송강호가 주연을 맡아 가슴 먹먹한 슬픔을 전했다. 또 ‘화려한 휴가’에 출연한 안성기는 지난 5월 개봉한 ‘아들의 이름으로’에 출연, 반성 없는 이들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26년’(감독 조근현)은 앞선 5.18민주화운동의 비극을 그린 앞선 영화들과 결이 조금 다른 영화다.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희생자 유족들이 그날 일어난 학살의 책임자를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진구 한혜진 주연으로 296만 관객의 지지를 얻었다.

한편 이날 5.18 민주유공자유족회와 민주화운동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월 단체와 5.18기념재단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씨의 죽음이 진실을 묻을 수 없다”며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것에 대해 “생전에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 게 안타깝다”고 원통한 마음을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향년 90세 일기로 사망했다. 그는 자택에서 쓰러져 오전 8시 55분께 경찰과 소방에 신고됐으며 경찰은 오전 9시 12분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은 서울 신촌연세대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 전 대통령은는 그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돼 서울 서대문구 연대세브란스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아왔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에 따르면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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