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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1번지]文대통령과 주호영의 십문(十問)

김영환 기자I 2020.07.18 08:00:00

20대 국회와의 소통 실패 자인한 文대통령
21대 국회와는 ‘형식 없는’ 대화 의지 밝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10가지 의문에 화답할까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청와대 기자로 출입한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모두 4차례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1년에 한 번 꼴이라는 건 사실 매우 아쉬움이 남는 횟수다.

청와대는 늘 기자회견 이후에 기획했던 시간보다 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자화자찬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평상시 질문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가 무색하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례를 들면 이렇다. 지난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는 남북은 물론, 북미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외교전이 치열했던 시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 대통령 간 때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가 때로는 서로 거리를 두는 시간도 있었다.

당시를 회상하면 북한의 이상 조짐이 있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더블 쿼테이션’은 저멀리 미국으로부터 들려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따옴표’는 물을 방도조차 없었다. 상투적인 답이지만 지구 반대편 미국의 지도자가 북한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는데 지구상 어느 국가보다 북한의 변화가 밀접한 영향을 받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침묵 뿐이었다.

기자들과 삿대질할 정도로 언론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도 월평균 2회에 가까이 기자 간담회를 소화한다. 심지어 에어포스원으로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는 와중에도 간단한 질문 두어가지라도 받아서 답변한다. 특수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자주 언급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이것이다.

문 대통령의 소통 방법은 다소 다르다. 아니 매우 다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등을 제안하면서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21대 국회 개원식 개원연설에서 스스로 고백했듯 20대 국회와의 소통은 실패였다. 문 대통령은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성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달라질 수 있을까. ‘협치의 시대’를 제안한 문 대통령이 “대화의 형식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국회와 소통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힌 만큼 긍정적 기류는 감지된다. 단독 영수회담이나, 비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 간 간담회 등 그간 대화의 형식을 놓고 줄다리기 해왔던 것이 정치권의 일이다.

다만 그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남았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던진 10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은 대통령께서 하고 싶으신 말, 손에 잡히지 않는 장밋빛 전망이나 의미없는 미사여구들이 아니다”라며 분명한 답변을 요구했다.

10가지 질문 중에는 답변하기 민감한 사안도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에게 씌워진 성추문 의혹 혹은 성범죄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이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태로 촉발된 시민단체의 기부금 용처, 부동산 문제의 책임론 등 헤쳐나가기 만만치 않은 질문들이 버티고 있다.

모두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안들로 지금 이 시대의 지도자로부터 책임 있는 답변이 어딘가에 적혀져야 할 것들이다. 문 대통령은 질문을 받은 다음날인 17일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방안에 대해 제동을 거는 지시를 내렸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청와대의 반응도 오리무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이 오늘 연설에서도 밝혔듯이 협치의 시대를 열도록 청와대는 노력할 것”이라며 “야당도 협치의 실현에 동참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 관계자의 발언처럼 주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문제가 아닌 여당의 문제를 대통령에게 묻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 것보다 적어도 ‘당의 문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라도 운을 떼는 것이 21대 국회와의 소통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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