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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10월 강행 먹구름…규개위·국감 등 변수 떠올라

김기덕 기자I 2019.09.25 05:00:00

입법예고 종료…실제 적용 촉각
500여건 의견 쏟아져 대다수 반대
10월 강행 물리적으로 어려워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토교통부가 예고한 10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계획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행 예고만으로 주택시장 혼란이 커진데다 오히려 서울 집값은 더 올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예정인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상한제와 관련해 야당의 파상 공세가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자 야당뿐 아니라 여당, 정부 안에서도 상한제 확대 시행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입법예고 기간 중 의견 5000여건 쏟아져…반대의견 대다수

국토부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방안 등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입법예고를 마무리됐다. 국토부는 앞으로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 및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등을 거쳐 개정안을 공포·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 시행 후에는 국토부 장관이 주재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열려야 구체적인 지역과 적용 시기 등을 특정할 수 있다. 현행 주정심 의원은 24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14명이 국토교통부 장관, 기획재정부 1차관 등 8개 부처 차관, 심의 안건 관련 해당 시·도지사 등 당연직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주정심 회의만 열리면 정부 입맛대로 통과·시행이 가능하다.

다만 상한제를 둘러싼 반발이 갈수록 거세져 계획대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40여 일의 입법예고 기간에 상한제 관련해 4949건의 의견이 쏟아졌다. 주요 의견은 상한제 소급 적용(관리처분계획 인가→입주자 모집 승인신청) 반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과도한 사유 재산 침해, 로또 분양단지 양산 확대 등 주택시장 불안정을 야기하는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대부분이다. 이달 초에도 전국 재개발·재건축 42곳 조합원 1만2000여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상한제 시행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과 일부 부처에서 반대 기류가 있긴 하지만 큰 틀 안에서는 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주택시장 흐름인데 요즘과 같이 시장이 들썩거리는 현상이 지속되면 이르면 10월 말 께 제도가 가동될 수 있도록 기재부 등과 꾸준히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규개위·국감 등 변수…“저성장 경제에 찬물 끼얹는 격”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 심사 일정에 변수가 생기면 당장 ‘10월 강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으로 규개위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상한제는 중요 안건으로 분류돼 최대 2~3주 정도 심사 기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규개위는 외부 위원 일정 등으로 보통 2주에 한번 밖에 열리는 않는 점도 부담이다. 또 정부 내에도 제도 시행시기를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는 가운데 개정안과 관련해 차관회의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

국토위 소속 한 의원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상한제 도입 의지가 강하지만 기재부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무주택자를 결과적으로 배려하지 않고 로또 분양만을 확산시키고, 공급 축소를 야기 하는 등의 문제점을 다음 달 국감에서 지적, 관련 제도를 유예 시키는데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주요내용.(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국토위 야당 간사인 박덕흠 한국당 의원은 “상한제는 점차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 되며 어려운 경기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현 정부 들어 땜질식 부동산 처방이 이미 먹히지 않는 것이 증명된 만큼 상한제 정책이 또 실패하면 김 장관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 추이.(부동산114 제공)
상한제 시행을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아파트 신고가 행진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공급 축소 우려에 준공 5년 이내 신축 아파트로 오르던 집값이 재건축 아파트로 옮겨붙는 모습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7% 오르며 14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 중 재건축 아파트 변동률이 0.21%로 크게 확대됐다. 추석 연휴 영향으로 2주차 시세분이 반영되긴 했지만 9월 첫째 주 상승률(0.04%)와 비교하면 무려 5배나 높은 수준이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형은 이달 들어 22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한 달 전에 비해 1억8500만원이 오른 금액이며 사상 최고가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은 이달 초 26억원에 매매거래되며 직전 신고가 보다 1억원이나 높게 팔렸다. 총 1만 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혔지만 연내 분양이 불투명해진 강동구 둔촌주공은 전용 79㎡가 14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한제는 재개발·재건축 물량 통로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분양 물량이 줄고,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도 서서히 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서 일부 오르던 집값이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축소 영향으로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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