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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로 인형탈 안에 자신을 숨겨버린 이가 있다. ‘배찌남’으로 유명한 김민훈(24) 씨다. 그는 지난 6월 SBS ‘궁금한 이야기Y’를 통해 온라인 게임 캐릭터 ‘배찌’ 인형탈을 쓰고 살아가는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4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인형탈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 씨를 직접 만나는 일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김 씨의 휴대전화가 정지됐기 때문에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지난 12일 김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경북 칠곡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었다.
김 씨는 배찌 인형탈을 쓰고 있지 않았다. 대신 노란색 꿀벌 인형탈을 쓰고 한쪽 손에는 삼지창 모양 장난감을 쥐고 있었다. 그는 아직 인형탈을 쓰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지금 이 모습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어릴 적부터 소심했다. 심하지는 않았더라도 왕따도 당했었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로 어떤 일이든 길게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진짜 내 모습으로는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일산으로 올라온 건 지난 1일. 부모와 경제적인 문제로 크게 다툰 후 말도 없이 올라왔다. 꿀벌 옷도 그때 구입한 것이다. 김 씨가 일산을 선택한 이유는 일산이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막상 집에서 나오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며 “문득 어릴 적 지냈던 일산에 가고 싶어져 무작정 올라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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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서의 삶은 사실상 노숙자나 다름없다. 가진 돈이라고는 교통비를 포함해 10만원이 전부였다. 잠은 광장 벤츠에서 자고 끼니는 시민들이 건네는 빵과 음료수로 때우고 있다. 통신비도 낼 수 없어 휴대전화도 끊겼다. 어두운 밤 길거리에 서서히 사람들이 사라지면 그는 인형탈을 벗고 주변 상가에 들어가 몸을 씻는다. 유일하게 인혈탈을 벗는 시간이다.
그런 불편한 생활을 지속해 오면서도 인형탈을 버릴 생각은 없다. 김 씨는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행복하다”며 “인형탈을 쓴 나를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힘든 게 사라진다. 언제까지고 인형탈을 벗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김 씨도 어릴 적에는 경찰을 꿈꿨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과 사람들이 주는 스트레스 탓에 성인이 되면서 경찰이란 꿈은 사라졌다. 김 씨는 “힘든 사람들을 지켜주는 경찰이 꿈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에 비해 약해지는 내 모습에 자신감을 잃었다”며 “사람들이 무섭다. 인형탈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지켜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