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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당하는 중견기업]①중소기업 졸업하니 삼성전자·현대차와 경쟁

박철근 기자I 2015.12.15 07:00:00

판로지원 미비 여전…R&D 세제 애로 상당 개선판로·세제 역차별 여전
성장사다리·글로벌 전문기업 육성 목표 퇴색 우려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중소기업을 갓 졸업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더니 각종 지원정책이 끊겼다. 외형은 사실상 중소기업 수준인데 곧바로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005380)와 같은 대기업과 경쟁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견기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푸념이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도 지난달 새누리당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별위원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100개가 넘는 규제 대상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특별법까지 만들어 ‘한국경제의 강한 허리’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중견기업이 제도상 허점으로 여전히 역차별을 받고 있다. 상당수 법령에서 기업구분을 대·중소기업으로만 하다보니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법 적용을 받고 있어서다. 역차별을 벗어나기 위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곳은 328곳에 달했다.

A중견그룹 회장은 “대기업을 배제하기 위해 만든 대부분의 법령이 엉뚱하게 중견기업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포지티브 방식의 법령을 대기업만 배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D 집약도 지속 하락”

특히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이라는 정부의 중견기업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지원을 대폭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중견기업 현황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집약도(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는 2011년 1.3%에서 2012년 1.1%, 2013년 0.9%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중소기업(0.7%)보다는 높지만 대기업(1.4%)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견기업의 R&D 집약도가 지속 하락추세에 있어 성장동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회사 쪼개기’ 오해받기도

법령상의 문제로 판로가 막히는 어이없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IT(정보기술) 장비제조업체 중소기업 A사는 사업 효율성을 위해 지난 2010년 사업 부문 일부를 물적 분할해 자회사를 설립했다. A사는 2011년 도입된 관계기업제도로 자회사 매출기준을 합해 중소기업 기준인 매출 800억원을 초과해 중견기업으로 분류됐다. 당시만 해도 소프트웨어진흥법에 따라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가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달리하면서 A사와 해당 자회사는 내년부터 20억원 미만 규모 사업에만 참여해야 한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공공시장에 진출하려는 대기업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A사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업의 효율성을 위해 기존 사업과 차별화되는 부문을 분할했을 뿐인데 정부는 마치 중소기업으로 남기 위해 회사를 쪼갠 것처럼 여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산업 특성상 중소기업들은 공공조달 시장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나가야 하지만 판로확보가 어려워 내년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동반위서도 찬밥신세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지정하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중견기업은 찬밥신세다.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28명의 위원 가운데 중견기업 몫은 2석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9석)과 중소기업(11석)에 비해 현격히 위원 수가 적다보니 중견기업계 목소리가 전달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3846개인 중견기업(2013년 기준)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전체 기업의 0.12%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견기업 매출 규모는 629조4000억원으로 전체 법인 매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특히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2만7000명을 추가 고용하면서 같은 기간 1만6000여명을 신규 채용한 대기업보다 월등한 고용창출 성과를 기록했다.

김승일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중견기업 정책을 기업 규모 기준으로만 마련하다보니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규모기준의 정책 실효성을 상실하면 없앤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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