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디지털 K-노동법으로의 진화, 시급하다

송길호 기자I 2021.11.04 06:15:00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넷플릭스에서 투자를 받아 우리나라에서 엮고 찍은 ‘국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94개국에서 ‘오늘의 톱10’ 1위를 차지했다. ‘한국적 문화’가 글로벌에서 인정 받았다는 것도 큰 이슈지만 제작비 대비 41배의 투자효율을 거둔 넷플릭스 최고의 ‘가성비 콘텐츠’라는 점도 주목받는 이유이다. 휴대폰, TV 등 한국의 제품에서 시작해 K-컬쳐로, 그리고 K-방역에서 이제는 K-군것질, K-게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K-열풍의 확장세는 그야말로 위풍당당하다. 이제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치맥’, ‘대박’, ‘콩글리시’ 등의 한국어(?)가 등재되는 시대다.

바야흐로 K-시리즈가 세계를 석권하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는 시대에 K-노조에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한류 선진화의 여파에 걸맞게 한국의 ‘짐’이 아닌 한국의 ‘날개’가 될 때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로벌에서 대한민국의 노사관계를 이야기 할 때 ‘노동개혁’ 문제는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경제포럼(WEF)에 의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국 중 대한민국 노동시장 유연성은 34위, 노사협력 분야는 36위로 최하위 수준이고 노동생산성은 30위로 역시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파업이 모든 장점을 상쇄해 한국에 투자가 어렵다”거나 “노사관계만 개선되도 투자를 늘리겠다”는 등 외국인 투자를 늘리려면 ‘노동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아니나다를까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는 41.8일로 일본의 0.2일과 비교하면 209배에 달하고 최근 5년간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생산 손실 피해가 4조를 넘겼다. 노사분규로 인한 손실 대비 노조가입율은 현저히 낮다. 노조원들이 파업을 주도하며 비노조원의 일할 기회조차 파괴하는 것이다. 갑질하는 꼰대가 따로 없다.

사실 이들도 처음에는 노동시장의 환경을 개선 시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점점 변질되어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고 권력화라는 괴물이 집단 속에 자라났다. 어그러진 대형노조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 위해 기득권을 휘두른다. 이 제로섬게임의 결과로, 다수의 비노조원은 수탈 대상으로 내몰리고있다. 파업시 대체근로를 금지하기 때문에 생산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판매와 수출에 타격을 받아 협력업체들이 폐업에 이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가 10월부터 가동했지만 이를 비웃듯 비조합원 굴착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민노총이 부산지역 GS건설현장을 점거한다고 한다. 노조로 인해 오히려 노동시장이 파괴되는 이 상황이 계속 된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스스로의 몫을 내려놓고 양보하여 만들어가는 팬데믹 극복을 위한 코로나시국에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서서 만류한 10.20 집회를 민노총은 불법으로 강행했다. 우리사회 공동체의 일원인 노조가 아닌, 국민을 타도할 적으로 보는 시각에, 도대체 어디까지 국민이 인내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책임 있는 정부당국의 지속적이고 효과 있는 국민 위주의 노동정책이 아쉽기도하다.

날이 갈수록 격해지는 대형노조의 불법행위와 부당한 기득권 남용 등 ‘강성노조의 활약상’을 그저 손 놓고 두고 볼 수 만은 없다. 우리도 이제 기업과 노동시장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K-문화 붐에 걸맞는 디지털 노동법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특히 디지털 노동자, 프리랜서로 대변되는 긱경제, 국경이 없는 노동시장의 시대에 유연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조합이 아닌 기득권을 남용하고, 비노조원에게 불이익을 남발하는 사태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감소되고, 청년의 일자리가 소멸되는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조법인데 제조업 중심의 기득권 노조만 혜택을 누리고 똑같이 보호받아야 할 다른 노동자는 편파적 시각으로 인한 결과적 차별로 사각지대에 머무는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일할 권리를 빼앗기는 비노조원도, 강경 파업에 폐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기업도 일자리에 절망하는 청년들도 엄연한 국민이다. 이들을 보호해야 함은 물론 우리 아이들 시대의 일자리를 위해서도 바꿔야한다. 유연성도 높이고,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이롭고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위해서 4차 산업을 대비한 생존형 노동법 생태계가 필요하다.

2021년 적용되는 노동법은 1953년에 만들어졌다. 70년전의 모델로 오늘과 내일을 그릴 수는 없다. 정규직 기득권에 대한 과보호로 인해 기업들이 채용을 기피하게 됐고 이것이 고용률, 경제성장 저하로 이어지고있다. 팬데믹 이후 더 이상 사무실 자리가 필요 없는 노동자들의 급증은 고용 형태와 기술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직업군의 소멸과 생성’, 즉 노동의 진화 현상이 나타났다. 디지털노동자들에겐 현재 70년 전에 만들어진 노동법이 근로 생태계를 보호해주기에는 역부족을 넘어 언어도단이다. 필요할 때만 사람을 고용하는 비정규직에서 한걸음 나아간 노동형태로,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규정도, 근로계약서 작성도 해고 절차를 지킬 필요도 없다. 결국 시간단위, 초 단위로 사람을 쓰고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플랫폼 노동의 본질인 것을 직시하고,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개선방안의 도입도 절실하다.

4차산업혁명과 위드코로나로 대변되는 대전환의 시대에서 세계적 기업 질서와 노동 질서의 변화는 이제 필연적이다.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는 노동법도 디지털 K-노동법으로 진화해야 한다. 다른 발전과 같이 동시 발전을 이루어야 「NEXT 시대」가 준비된다. 팬데믹 이후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시급한 과제다. 대선후보들도 또한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에 포획되서는 안된다. 한단계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하지 않은가. 오늘과 내일의 국민 모두의 바람 아니겠는가? 노동법의 진화는 개악일까? 개혁일까? 우리 스스로가 세계의 눈으로 판단해야 할 때이다.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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