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거 참패…文대통령, 레임덕 시작됐다

김영환 기자I 2021.04.08 06:00:00

재보선 패배로 文대통령 국정 장악력 '뚝'
주도권은 靑에서 여당으로 옮아갈 듯
부동산 정책·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면 수정 가능성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참패를 당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의 성비위로 치러진 서울과 부산 선거에서 큰 격차로 패배하면서 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번 선거는 여야 모두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초점을 맞춰 유세전을 펼쳤다. 민주당 후보들은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안정을 전면에 내세웠고 반면 국민의힘 등 야권 후보들은 정권 심판론을 내걸면서 한 표를 호소했다. 선거 결과가 정권 심판으로 결정됨에 따라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일단 당·청 관계가 흔들릴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과 관련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카드를 매만졌지만 청와대는 이에 선을 그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는 있지만, 주택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일축한 것이다.

더욱이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식화했지만 청와대의 평가는 조금 달랐다. 이 실장은 “부동산 정책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매우 복합적”이라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선거 패배 속 당·청 관계가 어색해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여당의 선거 완패로 여의도 시계는 빠르게 1년 후를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정권 재창출이 시급한 민주당이나 정권 교체가 필요한 야권 세력들을 중심으로 힘의 균형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30%대 지지율을 지키고는 있지만 문 대통령을 향한 부정적 목소리도 더욱 힘을 얻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을 향한 30% 지지율이 붕괴되는 순간 여당에서도 비토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권 심판론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 대통령을 향한 민심의 크기에 따라 차기 권력 후보들이 문 대통령에 대해 각을 세울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추가 개각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 인선과 함께 교체를 예고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일부 장관이 바뀔 전망이다. 그러나 국정 장악력을 상실한 만큼 새로운 인사 임명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선거 패배의 원인을 부동산으로 돌리면서 이미 지도부 차원에서 꺼내 든 대출규제 완화 카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당·청 관계가 좋았다고 자부했지만 180석 거대 여당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어렵다.

문 대통령의 가장 중요 정책이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탄력을 받기 어렵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은 새 대북정책의 파트너로 다음 정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마저도 도쿄올림픽 불참까지 선언하면서 남북관계를 열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개표 결과와 관련, 입장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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