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4%(15.67포인트) 오른 2443.58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2440선에 안착하며 2018년 6월 12일 고점(2468.83)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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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온다더니 거침없이 `하이킥`
이달 들어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한 미국 기술주가 삐걱대면서 국내 증시도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9월 코스피 밴드는 2400선 부근이 고점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개인의 거침없는 매수세에 외국인마저 매수에 동참하면서 미국과 다른 흐름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미중 분쟁 이전 고점을 기록한 이날 개인은 기관(2002억원)과 함께 765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다만 이달(1~15일) 누적 기준으로 보면 개인은 홀로 3조16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5001억원, 기관이 2조6755억원을 팔아치운 것과 대비된다.
앞서 ‘동학 개미’들은 코스피 지수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한때 1400선까지 떨어졌을 때에도 11조원이 넘게 주식을 사들이며 증시에 뛰어들었다. 이후 △4월 3조9124억원 △5월 3조7835억원 △6월 3조8144억원 △7월 2조2389억원△8월 6조1798억원 등 월별로도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를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주요 20개국 증시중에 상승률 2위(11일 종가기준)에 올랐다. 각 국별 연중 저점과 비교했을 때 코스피 지수는 저점대비 64.42% 상승해 아르헨티나(107.54%)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이는 독일(56.40%)·일본(41.40%)·프랑스(34.07%) 등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54.73%)·인도(49.55%)·러시아(46.96%) 등 신흥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49.32%),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48.80%), 나스닥 지수(58.20%) 등 미국의 주요 지수도 코스피의 상승률에는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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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의 거침없는 상승세의 원동력은 뭘까.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는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마련돼있고 이와 더불어 이익 사이클 측면에서의 차별성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의 증감률은 지난 주(9월 7~11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13.4%)에 비해 3배 가까이 이익 증가율이 높은 상태다. 이같은 EPS의 상대 강도는 경험적으로 주가의 흐름과도 유사성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그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제시된 ‘기술주 버블 논란’과 마찬가지로 국내 NAVER(035420), 카카오(035720) 등 ‘언택트’ 기술주의 랠리 과열됐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그간 상승장에서 소외됐지만, 코스피를 이끄는 ‘맏형’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최근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실제로 전날 삼성전자(005930)는 약 6개월여만에 주가가 다시 6만원을 돌파한 이후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이달 들어 9% 넘게 오르며 네이버의 강세에 위협받던 ‘시가총액 2위’의 자리를 다시금 굳혔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투톱’을 각각 9774억원, 2872억원씩 사들이며 힘을 보탰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가 상승 흐름에서 다소 떨어져있던 IT 기업들 역시 반도체 현물 가격 상승,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에 따른 반사이익의 기대감에 우호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그동안 크게 올랐던 성장주들의 조정에 따라 당분간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IT를 중심으로 매수세로 전환한 점도 코스피 추가 상승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발 기술주 조정에도 국내 증시는 IT 업종의 약진이 돋보인다”며 “외국인이 지난 3월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1조2000억원)로 IT 업종을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코로나19 확산의 제어와 이에 따른 원화의 향후 향방이 외국인 추가 매수 여부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건전한 조정이 올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보기좋게 빗나가면서 코스피지수는 역대 고점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향후 12개월 이익증가율을 근거로 2500~26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코스피의 역대 고점은 지난 2018년 1월 29일 장중 기록한 2607.10이고, 종가기준으로도 같은 날 기록한 2598.19가 최고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