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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잘 모르면 투자하지 말라

권소현 기자I 2019.11.18 05:00: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사모펀드 시장에 악재가 겹쳤다. 석 달간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 시끄러웠는데 그 사이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은행에서 판매한 선진국 국채 관련 파생연계펀드(DLF)가 대규모 손실을 냈고,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환매 중단 규모가 1조 5587억에 4000명
가까운 피해자가 난 걸로 알려졌다.

DLF와 관련해 왜 은행이 위험한 상품을 팔았느냐는 비난이 많다. 그럴 만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금융 관행을 가지고 있는데 은행 고객들은 오랜 시간 이자를 받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DLF도 그런 상품일 거라 인식한 것이다. 은행에서 위험을 사전에 얘기했어도 고객은 자기가 알고 있는 형태로 이를 재해석한다. 은행에서 판매할 상품은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금융당국에서 DLF 투자 과정에 불완전 판매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배상액 등이 달라진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은 묵시적으로 70%를 금융 분쟁 과정에서 금융사가 물어야 할 최고 배상 한도로 생각해 왔다. 투자자에게도 30%의 책임이 있다는 건데 이번에도 이 비율이 기준이 되지 싶다. 지점 차원의 일반 불완전판매일 경우에는 최대 보상이 70%를 넘기 힘들지만 본점 차원의 불완전판매일 경우 70% 이상 보상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데 그 비율조차 일률적이지는 않다. 투자자의 나이, 금융 경력과 상품에 대한 이해도 등에 따라 보상 비율이 달라진다.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환매를 중단한 게 사태의 발단이었다. 그동안 사모 펀드 운용사는 주로 사모사채와 메자닌 투자 그리고 수출금융 지원을 통해 수익을 확보해왔다. 사모채권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는 투자 회사의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투자 기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현금화가 불가능해지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현금화가 안 되는 상태에서 환매가 늘어날 경우 최종적으로 환금성이 가장 낮은 자산만 남아 펀드 자체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환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투자 채권의 만기가 될 때까지 발행사에 문제가 없으면 만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일부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일정규모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최근 사모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건 해당 시장이 단기에 갑자기 커졌기 때문이다. 10월 말 기준 우리나라 사모펀드 발행액은 402조로 공모펀드보다 1.5배 크다. 2014년에 발행 규모가 173조였던 것에 비해 5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금은 악재로 주춤하지만 앞으로도 사모펀드 시장이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 때문에 조금이라도 수익이 더 나는 곳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사모펀드 중에서 부동산 관련 펀드는 가능한 피했으면 한다. 금융기관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면서 만든 펀드인데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경우 부실이 커질 위험이 있다. 해당 부문은 과거에 저축은행이 주로 투자하던 곳이다. 지금은 증권사들이 투자액을 잘게 쪼개 일반 투자자들에게 재판매하고 있는데 부동산 부실이 생길 경우 투자자가 부실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사모펀드를 비롯해 펀드를 투자할 때 생각해야 할 게 있다. 우선 잘 알지 못하는 곳에는 가급적 투자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투자를 하면 문제가 생길 경우 대처하기 힘들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고 문제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구조가 복잡한 상품에는 투자하지 않았으면 한다. DLF와 같이 선물을 이용한 상품은 일반투자자들이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구조가 복잡할 뿐 아니라 생소하기 때문이다. 회사채같이 단순한 상품은 수익이 어떻게 발생하고 예상되는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금 겪고 있는 사모사채 문제는 일종의 성장통이다. 앞으로 시장이 더 성숙되면 구조적으로 리스크를 줄인 상품이 나올 텐데 그전까지는 개별적으로 투자자 개인이 위험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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