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은의 중국기업 탐방기④]황제들이 즐긴 시펑주…시진핑 "취해 동사할 뻔"

신정은 기자I 2019.10.28 01:00:00

시진핑, 문화혁명때 부친과 토굴생활하며 시펑주 접해
中 황실 어주로 황제도 즐겨..시진핑 부친도 호평
"中바이주 기원이자 원천"..2020년 100억 위안 매출 목표

시펑주 문화관에 진나라 황제 동상이 세워져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시안(산시성)=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 공산당 총서기인 시진핑 국가주석은 ‘시펑주’(西鳳酒·서봉주)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 201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마잉주 대만총통과 정상회담에서 산시성 량자허(梁家河) 마을에서 힘들게 살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는데요. 시 주석은 어렵게 구한 시펑주를 마시고 술에 취에 눈밭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때 내가 겨우 16살이었다. 어리고 건강해서 다행히 얼어죽지 않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자즈융(賈智勇) 시펑주그룹 부대표는 지난 22일 기자와 만나 시펑주와 중국 지도층간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시 주석의 일화는 마잉주 총통의 회고록에도 담겼다고 자 부대표는 전했다.

자 부대표는 “지난 2009년 베이징에서 만난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의 조카 딸은 저우 총리가 살아서 가장 좋아했던 술이 시펑주라고 했다”며 “1945년 (마오쩌둥과 장제스의) 충칭 담판 때도 시펑주 4상자를 가지고 갈 정도였다고 한다”고 했다.

시진핑의 고향인 산시성 시안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2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펑샹(鳳翔)현에 위치한 시펑주 본사에 들어섰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퀘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4대 명주인 시펑주가 만들어지고 있는 양조장에서 풍겨나오는 술 익는 냄새다.

시펑주는 시진핑의 아버지인 시중쉰(習仲勛) 전 부총리가 즐겨 마시던 술로도 유명하다. 시펑주 공장 안에는 싸리나무로 만든 주해라는 용기를 보관해 둔 창고가 있다. 이곳에는 1989년 2월 시중쉰 전 부총리가 공장에 방문해 ‘산시시펑주 하오(好·좋다)’라고 적은 붓글씨가 보관돼 있다. 시 전 부총리는 문화대혁명 시기인 1969년에는 이른바 ‘하방(下放)’ 당해 15세의 어린 시진핑과 함께 7년을 산시성 량자허(梁家河) 지역에서 토굴 생활을 했다. 시 주석은 당시 처음으로 시펑주를 맛봤다고 한다.

시중쉰 전 부총리가 1989년 시펑주 공장을 방문했던 당시 맛봤던 술과 사진, 붓글씨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시진핑(오른쪽) 주석과 부친인 시중쉰 전 부총리. 사진=인민망
시펑주는 ‘서쪽의 봉황’이라는 의미다. 고대 중국의 은(殷)나라 때부터 만들어진 술이라고 한다. 진(秦)나라 황실의 어주여서 ‘진주’라고도 불리고, 당나라 고종때 당 황실의 어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1952년 중국 주류품평회에서는 구이저우의 마오타이(茅台), 산시의 펀주(粉酒), 루저우의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穴+告])와 함께 중국 4대 명주로 선정됐다.

자 부대표는 “시펑주는 중국 바이주의 원천이자 기원이다”며 “마오타이가 동생이면 우리가 형님이다. 모든 유명한 중국 바이주는 여기서 시작된 제조법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펑주는 1956년 정부지원으로 처음 공장 문을 열었다. 공장은 90만㎡부지에 들어선 시펑주 공장에선 연간 최대 1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직원만 4000여명에 달한다.

양조장에는 수수를 찌는 연기가 가득했다. 시펑주를 만드는 데는 최소 3년이 걸린다. 매년 8월에 수수 등 원재료를 수확한 뒤 움에 넣고 약 2주간 발효 시킨다. 이후 여기에 끓인 물을 붓고 증류하는 등 6가지 과정을 거치면 68도 이상의 원액이 나온다. 원액을 싸리나무로 만든 주해라는 용기에 담아서 3년을 숙성한다. 주해는 지름 2~4m, 높이 3m의 주형 용기로 4~5톤의 술을 저장할 수 있다. 통풍성이 좋아 술의 맛을 더욱 좋게 만든다고 한다.

시펑주는 오래된 역사에도 불구, 다른 명주들과 달리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2010년부터 상장을 추진 중이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하다. 프리미엄 주류시장 진입이 늦어진데다 부족한 유통망 탓으로 풀이된다.

자 부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는 60억위안, 2022년에는 100억위안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시펑주 매출은 50억위안(약 8300억원) 이다.

그는 “현재 캐나다, 동유럽 등에 수출 지역이 제한적이지만 전문적인 해외 사업부를 만들어 수출을 늘려가려고 한다”며 “바이주 판매를 원하는 해외 바이어나 판매상과의 협력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시펑주 문화관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시펑주 제품. 사진=신정은 특파원
자즈융 시펑주 부대표. 사진=신정은 특파원
시펑주 공장에서 직원들이 수수 등 원료를 찌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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