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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맛①] 달큼한 속살이 지금 제철, 대연평도 꽃게

강경록 기자I 2018.10.13 04:00:00

한국관광공사 10월 추천 가볼만한 곳
인천 연평도

마을 곳곳에 벽화가 감성을 더한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푸른 잎에 붉은 단풍이 들 듯, 바닷속에서도 가을의 맛이 익어간다. 산란기를 거친 가을 꽃게는 껍데기가 단단해지고 속살이 차오른다. 제철 꽃게는 부드러우면서 달큼해 국물이 시원한 꽃게탕으로, 짭조름하고 달콤한 밥도둑 간장게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인천항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연평도는 지금 꽃게 천국이다. 우리나라 꽃게 어획량의 약 8%를 생산하는 곳으로, 해 뜰 무렵 바다로 나간 꽃게잡이 배가 점심때쯤 하나둘 돌아오면서 포구는 거대한 꽃게 작업장이 된다.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고, 암수 구분해 크기별로 상자에 담는다. 대부분 인천항에 있는 인천수협연안위판장이나 옹진수협연안위판장으로 보내고, 일부는 급랭해서 택배를 보낸다. 꽃게가 많이 잡히는 날에는 밤중까지 작업이 이어진다.

가을이 행복한 이유는 연평도 꽃게 덕분이다.


연평도 하면 자연스레 꽃게가 떠오른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주위에 형성된 연평어장은 꽃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빨라, 게살이 단단하고 맛이 달다는 것이 연평도 주민의 한결같은 자랑이다. 꽃게는 봄가을에 조업한다. 연간 조업 일수를 180일로 제한하고, 산란기를 피해 4~6월과 9~11월에 잡는다. 어족 자원을 보호해 연평어장의 풍요로움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다.

9월 1일부터 꽃게를 잡지만, 갓 산란을 마친 암게는 살이 빠지고 탈피하느라 껍데기도 물렁해져서 일명 ‘뻥게’라며 버린다. 가을 조업 초반에는 수게가 맛있고, 암게는 살이 제대로 찬 10월 중순 이후에 먹는 게 좋다. 암게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식당에서는 봄철 암게를 냉동했다가 1년 내내 쓰기도 한다. 간장게장은 봄에 담가둔 것을 식탁에 올린다. 그렇다고 수게 맛을 깎아내릴 수 없다. 가을 수게는 살이 가득하고 내장이 고소해 탕이나 찜으로 좋다. 수게는 배 쪽 덮개가 뾰족하고, 암게는 둥그런 모양이다.

꽃게철이면 온 주민이 작업에 참여한다


당섬선착장 일대에서 꽃게 작업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꽃게잡이 배가 들어오면 굴착기 버킷 부분에 줄을 걸어서 꽃게 더미를 끌어 올려 땅에 부린다. 새벽에 출항해 8~10시간 잡은 꽃게는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잔뜩 쌓인 꽃게에 바닷물을 뿌려가며 선별해 경매용 상자에 담거나, 작게 포장한 뒤 급랭한다. 서커스 천막처럼 커다란 그늘막을 쳐놓고 그물에서 꽃게를 분리하는 ‘꽃게 따기’ 작업에 수십 명이 매달리는 진풍경이 매일같이 펼쳐진다. 꽃게철이면 선주와 선장, 어부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이 모두 꽃게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랜 작업으로 노하우가 생겨, 손만 스쳐도 뻥게인지 속이 찼는지 안다고.

꽃게 작업하는 모습을 넋 놓고 구경하다가 천천히 연륙교를 건너 마을 입구로 들어간다. 대연평도는 면사무소가 자리한 마을에 주택과 상점이 몰려 있고, 동쪽에 떨어진 새마을은 규모가 작다. 여객선이나 고깃배가 드나드는 당섬은 연륙교로 대연평도와 이어진다.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용듸, 거문여 같은 곳은 밀물 때 잠긴다. 바닥에 기둥을 박고 그물을 걸어 밀물에 들어온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어살을 놓고, 굴 양식도 한다. 이 갯벌에서 나는 바지락도 대연평도 특산물이다.

국물 맛이 일품 꽃게탕


소연평도는 섬 가운데가 뾰족하게 솟은 모양이고, 대연평도는 섬 끝에서 끝까지 비교적 평평하게 생겼다. 연평도행 여객선은 소연평도에 먼저 들르고, 대연평도에서 잠시 머물다가 인천항으로 돌아간다.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아 대연평도 여행은 1박 2일이 기본이다. 민박, 식당, 매점 등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춰서 개인 용품 외에 딱히 챙길 건 없다. 여객선에서 과자와 음료수, 커피, 컵라면을 판매한다.

마을로 들어가면 꽃게탕이나 꽃게장, 매운탕 등을 내는 식당과 민박이 여럿 보인다. 조기 조형물로 만든 포토존, 꽃게와 물고기 벽화도 흔하다. 도시나 유명 여행지처럼 깔끔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이 있다. 도시보다 시간이 2배 정도 느리게 흐르는 듯, 느긋함이 섬 여행의 묘미다. 물이 빠지면 방파제 안쪽으로 갯벌이 드러난다. 물때가 매일 조금씩 바뀌므로 연평 항로 여객선 이용은 운항 시간에 주의할 것.

서해5도를 비롯한 인천 바다여행의 허브 연안부두


대연평도의 볼거리는 주로 서쪽 해안에 있다. 먼저 찾아갈 곳은 조기역사관이다. 지금은 ‘연평도=꽃게’라는 공식이 당연시되지만, 1960년대 말까지 연평도는 조기 파시가 성했다. 현재 인구가 2000여 명인데 당시 3만여 명이 살았다니, 조기 파시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조선 시대 임경업 장군이 연평도를 찾았다가 대연평도 당섬과 모이도 사이에 물고기가 많이 오가는 것을 발견하고 가시나무를 꽂아두자, 가시마다 조기가 걸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기역사관 내부에 조기를 잡기 시작한 역사와 조기 파시 사진 자료가 전시된다. 조기 파시의 흔적을 좀 더 찾고 싶다면 옹진수협연평출장소 앞에서 시작되는 조기파시탐방로를 따라 걸어보자. 마을 중심부임에도 오가는 이가 드물어 한가로운 섬마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조기역사관에서 바라본 빠삐용절벽


조기역사관 2층 전망대에 오르면 기막힌 절경이 펼쳐진다. 가래칠기해변과 구리동해변은 물론, 멀리 북녘땅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빠삐용절벽은 조기역사관 남쪽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영화 〈빠삐용〉에서 자유를 염원하며 뛰어내린 절벽을 닮았다.

연평도평화공원은 1999년과 2002년 벌어진 연평해전으로 숨진 군인을 추모하는 곳이다. 용감한 기상을 표현한 금속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연평해전 당시 참전한 함정과 같은 모델인 참수리 급 고속정이 연평도함상공원에 있으니 연계해 둘러보자.

연평도평화공원에서 도로를 따라 바다로 내려가면 가래칠기해변이 나온다. 주먹만 한 자갈이 빼곡하게 깔린 해변에 파도가 부딪히며 나는 ‘차르륵~’ 소리가 듣기 좋다. 해변 오른쪽에 반듯한 바위는 7폭 크기 병풍바위다. 아담한 가래칠기해변에 비해 구리동해변은 길이가 1km에 이른다. 썰물이면 너른 백사장이 드러나 너비 200m가 넘고, 밀물에는 자갈 해변만 남는다. 물이 투명하고 깨끗해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인기다. 가을에는 물에 들어가지 못해도 바위 절벽으로 된 해안 풍경이 근사하다.

조기역사관이나 해변 쪽으로는 공영버스가 운행하지 않고, 섬에 택시도 없다. 걸어서 3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데, 힘들면 민박에서 빌려주는 차량(2시간 3만 원)을 이용한다. 2시간이면 서쪽 여행지는 물론, 북서쪽 끝에 자리한 망향전망대와 아이스크림바위까지 다녀올 수 있다. 조시 파시의 흔적, 바랜 벽화, 집이 들어선 모양대로 들쭉날쭉한 골목, 아름다운 해변, 꽃게가 풍성한 가을 연평도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여행지다.

가래칠기해변과 해안 풍경


◇여행메모

△1박 2일 여행 코스= 당섬선착장→조기역사관→연평도평화공원→가래칠기해변→구리동해변→숙박→조기파시탐방로→연평도함상공원→용듸

△가는길=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1회 왕복 운항, 약 2시간 소요(물때에 따라 출발·도착 시간 변동. 가보고싶은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고려고속훼리 홈페이지에서 월별 운항 시간표 확인).

△먹을곳= 꽃게장백반은 연평로에 있는 ‘미영시강’. 꽃게탕은 ‘전원정’, 해물칼국수는 ‘밀물식당’이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충민사, 연평도안보교육장, 해송정, 백로서식지, 망향전망대, 아이스크림바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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