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야 놀자①] 회사 근처에서 유기견 산책봉사 다녀왔어요

차예지 기자I 2018.04.14 06:00:00

케어 입양센터 퇴계로점에서 한 살 강아지 '알피'와 산책
잘 돌아다니고 시원하게 배변하는 모습 보고 '보람' 느껴
큰 수고 없이 산책만으로도 좋은 일 할 수 있어 '좋아요'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케어의 입양센터. 사진=차예지 기자
스피츠 믹스견인 알피는 처음 보는 기자와도 즐겁게 산책을 했다. 사진=차예지 기자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편집자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죠? ‘제주야 놀자‘는 말티즈 ‘제주’ 엄마인 기자가 반려견과의 일상을 공유하는 체험기입니다.



저는 2살 말티즈 강아지 ‘제주’를 키우고 있습니다.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아무래도 동물 관련 뉴스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게 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유기견 관련 뉴스도 연일 포털에 오르내러고 있습니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 유기견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의 눈에 띈 것은 회사 근처의 케어 입양센터였습니다. 이곳은 동물보호단체가 케어가 펫샵이 즐비한 퇴계로에 2012년 국내 최초로 만든 구호동물입양센터입니다. 이 곳을 통해 해마다 200마리 이상 가까운 동물이 새로운 가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근처를 지나가면서 한번 가서 봉사활동을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산책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퇴계로로 향하는 제 마음은 설렘 가득이었습니다. 보호센터는 어떤 모습일지, 저와 인연을 맺을 강아지는 누가 될지 두근두근했다고 할까요.

◇이날의 산책 파트너는 보호소 앞에 유기된 ‘알피’

알피가 길에 떨어져있는 것들을 주워먹지 않도록 신경쓰며 퇴계로 주변을 산책시켰다. 사진=차예지 기자
센터 문을 여는 순간, 안에 있던 스무 마리 가까운 개들이 일제히 저를 보고 짖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센터 직원에게 산책 요령을 밖에서 들어야 할 정도로 시끄럽더군요. 센터에 가기 전 제가 점찍은 강아지는 ‘봉봉’이었습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간 후 집에서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구조된 늙은 개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봉봉이는 슬개골 탈구 때문에 산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날 제가 산책을 시키게 된 개는 2017년생의 수컷 강아지 ‘알피’였습니다. 알피는 지난해 11월 센터 앞에 이동가방에 담긴 채 유기된 강아지였습니다.

직원에게 안겨 산책 준비를 하고 온 알피와 눈이 마주쳤는데, 표정이 몹시 심드렁해보이더군요. 산책을 간다고 해서 아주 신나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눈꺼풀 부위가 빨갛게 된 상처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뚝뚝해 보이는 알피가 저를 잘 따를까 걱정이 되더군요. 아무튼 저는 노란옷을 입은 알피의 목줄을 잡고 산책을 나서게 됐습니다. 그런데 알피가 산책 코스인 장충단 공원 쪽으로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겁니다. 저는 몇 번을 그쪽으로 이끌다가 결국 알피가 가고 싶어하는 반대 방향인 광희동 사거리 쪽으로 따라나섰습니다.

◇신나게 산책하고 배변 잘하는 모습에 뿌듯해

알피는 일단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해주자 앞장 서서 걸어나섰습니
산책이 끝난 후 2층 공간으로 들어가는 알피. 사진=차예지 기자
다. 길을 지나가며 먹을 것이 보이면 집어 먹으려고도 했는데 이를 못하게 하자 무섭게 ‘으르렁’ 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즐겁게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름이 뭐니”라고 물어보는 아저씨도 있었고, 알피가 아이스크림을 보고 입맛을 다시자 “이거는 너 못 먹는거야”라고 상냥하게 답해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알피가 어떤 상처가 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다행히 사람을 두려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피는 산책이 끝나갈 무렵에는 건강하게 배변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 저를 기쁘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또 밖에 나와 신이 났는지 뛰기도 해 후반에는 꽤 달리기를 했습니다.

산책이 끝나고 다시 센터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알피는 선선히 들어갔습니다. 2층의 자기 공간으로 들어간 알피는 저를 배웅이라도 하듯이 지그시 바라보더군요. 제가 그 아이가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했다면 좋겠습니다.

이날 만난 케어 센터에는 직원 두 명이 있었습니다. 오전 시간이라 청소에 바빠보이는 직원들과는 그다지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한시간 동안 돌아다니느라 살짝 피곤했지만 뿌듯한 마음도 같이 드는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수고 없이 산책만으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알피야, 다음에 또 보자!

알피가 화단에서 뭔가를 주워먹으려고 해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더니 거부하는 모습. 사진=차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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