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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살 말티즈 강아지 ‘제주’를 키우고 있습니다.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아무래도 동물 관련 뉴스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게 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유기견 관련 뉴스도 연일 포털에 오르내러고 있습니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 유기견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의 눈에 띈 것은 회사 근처의 케어 입양센터였습니다. 이곳은 동물보호단체가 케어가 펫샵이 즐비한 퇴계로에 2012년 국내 최초로 만든 구호동물입양센터입니다. 이 곳을 통해 해마다 200마리 이상 가까운 동물이 새로운 가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근처를 지나가면서 한번 가서 봉사활동을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산책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퇴계로로 향하는 제 마음은 설렘 가득이었습니다. 보호센터는 어떤 모습일지, 저와 인연을 맺을 강아지는 누가 될지 두근두근했다고 할까요.
◇이날의 산책 파트너는 보호소 앞에 유기된 ‘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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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가 산책을 시키게 된 개는 2017년생의 수컷 강아지 ‘알피’였습니다. 알피는 지난해 11월 센터 앞에 이동가방에 담긴 채 유기된 강아지였습니다.
직원에게 안겨 산책 준비를 하고 온 알피와 눈이 마주쳤는데, 표정이 몹시 심드렁해보이더군요. 산책을 간다고 해서 아주 신나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눈꺼풀 부위가 빨갛게 된 상처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뚝뚝해 보이는 알피가 저를 잘 따를까 걱정이 되더군요. 아무튼 저는 노란옷을 입은 알피의 목줄을 잡고 산책을 나서게 됐습니다. 그런데 알피가 산책 코스인 장충단 공원 쪽으로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겁니다. 저는 몇 번을 그쪽으로 이끌다가 결국 알피가 가고 싶어하는 반대 방향인 광희동 사거리 쪽으로 따라나섰습니다.
◇신나게 산책하고 배변 잘하는 모습에 뿌듯해
알피는 일단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해주자 앞장 서서 걸어나섰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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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름이 뭐니”라고 물어보는 아저씨도 있었고, 알피가 아이스크림을 보고 입맛을 다시자 “이거는 너 못 먹는거야”라고 상냥하게 답해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알피가 어떤 상처가 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다행히 사람을 두려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피는 산책이 끝나갈 무렵에는 건강하게 배변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 저를 기쁘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또 밖에 나와 신이 났는지 뛰기도 해 후반에는 꽤 달리기를 했습니다.
산책이 끝나고 다시 센터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알피는 선선히 들어갔습니다. 2층의 자기 공간으로 들어간 알피는 저를 배웅이라도 하듯이 지그시 바라보더군요. 제가 그 아이가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했다면 좋겠습니다.
이날 만난 케어 센터에는 직원 두 명이 있었습니다. 오전 시간이라 청소에 바빠보이는 직원들과는 그다지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한시간 동안 돌아다니느라 살짝 피곤했지만 뿌듯한 마음도 같이 드는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수고 없이 산책만으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알피야, 다음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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