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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총부채 늘어난 한국…베트남·태국 빼면 증가율 `세계 1위`

이정훈 기자I 2022.05.19 07:41:57

국제금융협회(IIF), `1분기 글로벌 부채동향 보고서` 발표
국가+기업+가계 합친 국가총부채비율, 1분기 4.8%p 증가
전세계 36개국은 같은 기간 -15%p…4개분기 연속 하락세
韓 국가총부채 중 기업부문 부채 급증…"금리상승에 취약"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의 경기 회복세로 인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국가총부채(정부+기업+가계부문 부채의 총합)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서 유독 한국에선 총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가계부문 부채가 소폭 줄어든 반면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450여개 민간 은행과 투자회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는 18일(현지시간) `1분기 글로벌 부채 동향 보고서(Global debt monitor)`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IIF가 조사대상으로 삼는 전 세계 36개국(유럽연합(EU)은 27개국을 단일 국가로 간주)에서의 총부채가 1분기에 305조달러를 기록하며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1년 만에 3조3000억달러가 늘어났다. 이 중 2조5000억달러가 중국에서, 1조8000억달러가 미국에서 늘어난 것이다.

기업과 정부부문에서의 부채가 주로 늘었고, 신흥국 총 부채도 역사상 처음으로 100조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일찌감치 부채감축(디레버리징)에 나선 EU국가들에서는 3개 분기 연속으로 총부채가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총부채 규모는 여전히 늘고 있지만, 팬데믹 이후의 경기 회복세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대비 부채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총부채는 4개 분기 연속으로 줄었다. 올 1분기에는 GDP대비 348%로, 전년동기대비 15%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이는 미국과 EU국가에서 주로 낮아진 것이다.
주요 국가별 국가총부채 증가율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에 있는 베트남과 태국, 한국은 가장 높은 부채비율 상승세를 기록했다. 베트남은 1년 만에 총부채비율이 9.9%포인트 늘어났고, 태국이 그 뒤를 이어 5.6%포인트, 한국이 4.5%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올 1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대비 104.3%로, 이는 조사 대상이 된 36개국 중 단연 1위였다. 그나마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와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1년 전 같은 기간의 105.0%에 비해 0.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짠 2차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1분기 국가부채비율도 GDP대비 44.6%로, 전년동기의 45.8%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반면 국내 비(非)금융권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GDP대비 116.8%로, 전년동기(111.3%)보다 5.5%포인트 더 높아졌다. 기업들의 총부채비율은 36개국 중 7번째로 높은 수준이었고, 1년 만에 늘어난 부채비율은 베트남에 이어 2위였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했던 엠레 티프틱 IIF 지속가능성 리서치부문 이사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악재로 인해 주요 국가들에서의 부채감축이 더뎌질 수 있으며, 특히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기업부문에서 대출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티프틱 이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에서의 도시 봉쇄, 타이트해진 금융여건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GDP대비 총부채비율은 다시 높아지거나 하락세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변수는 인플레이션 전망으로, 통상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부채비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긴축을 펼 경우 부채의 취약성이 커질 수 있고 특히 투자자 기반이 넓지 않은 신흥국 차입자들에게 그 어려움이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비금융권 기업들의 부채가 2019년 이후에만 14조달러 이상 늘어 1분기에 90조달러에 이르렀다”며 “부채 수준이 늘어남으로써 기업들이 치솟는 금리로 인한 민감도가 커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만 봐도 중소기업 3분의1 정도가 영업활동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어, 이는 부채를 줄이면서도 통화긴축으로 경제를 연착륙시켜야 하는 중앙은행들에게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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