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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최적 입지” vs “지역 균형발전”…불붙은 한예종 유치전

김기덕 기자I 2021.04.29 06:10:00

문체부, 오는 6~7월 한예종 통합캠퍼스 이전부지 선정
송파구 “교통·인프라 최적지”…그린벨트 해제 부담
고양시, 공연·전시장 제공, 기숙사 제공 등 약속
오세훈 송파구 유치 공약…막판 힘 실어줄지 관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전경.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내 최고 예술교육기관으로 평가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이전할 부지가 이르면 오는 6월 중 결정된다. 한예종 유치에 성공하면 문화예술도시로 탈바꿈이 가능할 정도로 파급효과가 큰 데다 일자리 창출, 상권 활성화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고양시의 막판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송파구의 역사문화예술 관광거점화를 약속했던 만큼 유치전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받고 있다.

27일 서울시, 경기도에 따르면 이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르면 오는 6월 한예종 통합 캠퍼스가 이전할 부지를 선정·발표한다. 부지 선정이 완료되면 현재 성북구 석관동과 서초구 서초동, 종로구 와룡동에 분산돼 있는 한예종 학생·전임교원·공무원 등 학생 및 교직원 4100여명이 한꺼번에 한 곳의 캠퍼스로 모이게 된다.

1992년 한국예술종합학교설치령(대통령령)에 따라 문을 연 한예종은 국내를 대표하는 예술종합학교다. 2009년 조선왕릉(의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의릉 복원계획에 따라 해당 부지에 들어서 있는 석관동 캠퍼스 이전이 추진돼왔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이전 희망 부지 8곳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마무리하고 결정을 앞두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는 서울 송파구, 경기 고양시와 과천시 등이 꼽힌다. 각 도시는 지역 자체의 문화경쟁력을 높이고 산학협력을 통한 각종 공연과 지적재산 양성, 융복합 콘텐츠 사업 등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한예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가 한예종 유치를 추진 중인 방이동 부지 일대.(송파구 제공)
한예종 학생 등 구성원들은 서울 송파구로 이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예종 학생회가 지난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0%가 넘는 학생들은 송파구 이전을 원했다. 한성백제 500년 도읍지이자 88서울 올림픽 개최지인 송파구는 백제문화 유적지와 롯데콘서트홀, 미술관, K-아트홀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각종 전시·컨벤센시설에 공연장이 들어선데다 편리한 교통 인프라를 잘 갖췄다는 입지적인 장점이 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연극원, 영상원 등 6개 통합 캠퍼스가 들어올 부지를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갖추고 있다”며 “한예종을 미국 줄리어드, 영국 왕립예술학교와 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곳이 되기 위해서는 송파구에 자리 잡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송파구가 한예종 부지로 꼽는 방이동 부지(총 면적 12만㎡)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다. 서울시에서 해당 부지의 개발제한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결단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오 시장이 송파구를 역사문화예술 관광거점화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개발제한을 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 시 사업자 의무 부담인 복구비 160억 상당을 지원하고, 유치예정지 내 170억 규모의 구유지를 무상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내 한예종 유치 예정지와 IP융복합클러스터 조성대상지 위치도.(고양시 제공)


강력한 후보 중 하나인 경기도 고양시도 장항동 택지지구(11만5700㎡)에 유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근 고양문화재단, 고양지식산업진흥원 등과 협약을 맺어 각종 공연, 전시장을 제공해 학생들의 예술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한예종 학생 기숙사 용도로 행복주택 공급, 킨텍스 전시장을 활용한 IP(지식재산)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조성 등도 약속했다. 다만 교통접근성 저하, 주변 인프라의 미흡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고양시는 전임 국토교통부 장관의 거주지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이슈로 유력하게 거론된 적은 있지만 이제는 관련 이슈가 해소된 상황”이라며 “주변 인프라가 서울과 비교해 미흡하지만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예종 석관동캠퍼스가 들어선 성북구에서는 지역 주민, 상공인 등이 참여하는 ‘한예종 지키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한예종이 이전하면 지역 상권이 몰락하고 공동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한예종의 이전은 서울 강·남북균형발전정책과 모순되며, 지역 슬럼화로 경제적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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